평생을 나목처럼 살다간 서민화가 박수근(1914~1965년)의 예술세계를
감상할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9월19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우리의
화가 박수근" 전을 개최중이다.

출품작은 유화 82점, 수채화 8점 등 모두 1백25점.

이 가운데는 "나무와 여인" "소와 유동" "고목과 여인" "시골마을" 등 중
고교 교과서에 실린 16개 작품도 포함돼 있다.

또 "귀가" "아기보는 소녀" "나무와 두여인"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모두 걸려있다.

화장품업계보인 "장업계"에 실렸던 삽화도 처음 공개됐다.

이와함께 독학의 흔적을 찾아볼수 있는 스크랩북과 자녀교육용 자필 동화책,
사진자료 등 인간 박수근의 면모를 엿볼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진열돼있다.

국내외적으로 독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의 마티에르 기법을 과학적으로
분석 제작한 작품모형과 가족용 감상자료도 함께 출품됐다.

박수근은 독학으로 탁월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한국화단의 대표적 작가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의 나이로 선전에 입선하는 등 일찍부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일제식민지와 해방, 그리고 6.25전쟁 등 사회적 격동기를 체험한 그는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을 따뜻한 인간애로 그려내는 데 힘써왔다.

아이를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의 모습과 좌판을 벌리고 행상을 하는 모습들,
헐벗은 나목 등은 황량하기만 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이다.

비록 가난해도 메마르지 않는 따뜻한 인간애와 삶에 대한 애착을 토착적이고
서민적으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화단에서 성공한 그는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면치못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후 곤궁한 집안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그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한때 미8군 영내매점에서 관광용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또 수술비용이 없어 백내장 치료를 미루다가 63년 왼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다.

그가 비교적 많지 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도 한쪽 눈 실명에 의한 충격
으로 폭음하다가 간과 신장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개관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목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전시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회 입장권을 구입하면 로댕갤러리의 "사랑과 열정의 서사시
로댕의 지옥의 문" 전도 함께 관람할수 있다.

어른 4천원, 학생 2천원(단체 1천원).

(02)771-2381

< 윤기설 기자 upy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