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는 밀실협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국민 약속이 뒷골목 암거래를 통해 해결될 일인가"

"연내 개헌 유보는 정략적인 결탁이다"

21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지부대회에서 내각제 강경파들은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김종필 총리가 이날 오전 "연내 내각제 개헌은 않겠다"고 첫 공식발표를
하자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다.

이들의 흥분한 모습에는 상대가 명예총재이자 당 오너라는 점을 잊은듯
했다.

내각제를 둘러싼 김 총리의 독주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김 총리는 그동안 "말바꾸기"와 김대중 대통령을 통한 "밀실정치"를 무기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였다.

김용환 수석부총재와 강창희 원내총무와의 회동에서 "내각제 개헌 유보"라는
자신의 의중이 지난 14일 알려지자 "내각제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노
코멘트"로 일관한 총리였다.

이어 19일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서 "진의를 밝혀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에
대해 "일정이 바빠서"라고 일축하고 불참했다.

그러면서도 "자민련 간판을 내려라"라고 극한 발언을 한 일부 의원들에게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느냐"며 따갑게 질책했다.

하지만 연내개헌 유보는 사실로 드러났다.

합당문제에 이르러 김 총리의 독주는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3개월여전인 지난 4월12일 그는 "합당 운운하는 사람은 당을 떠나라"고
일갈했었다.

당시 합당론을 편 박철언.한영수 부총재를 겨냥했고 국민회의 김영배 전
총재권한대행은 중도하차했다.

김 총리는 이후 박태준 총재도 모르게 그만의 "대승적" 차원에서 합당문제에
골몰했다.

그가 김 대통령과 만나 합당문제를 논의한데 대해 박 총재가 사실여부를
묻자 "사실무근"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박 총재가 "딱 한사람만 빼고 아니래"라며 불평을 털어놓자 다급했던 김
총리는 긴급 총재단회의를 소집, "총리직 사퇴"라는 히든 카드로 배수의
진을 쳤다.

김 총리는 21일 "합당은 얘기도 안되고 합의한 일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양당 8인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합당 가능성의
여운도 남겨뒀다.

김 총리의 독주는 좀더 계속될 것 같다.

내각제 연기에 대한 불만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민련 간판을
내리자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총리의 알듯 모를듯한 의중을 읽는 것은 결국 자민련 의원들의 몫으로
떨어졌다.

< 김형배 정치부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