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일 일본대신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러자 일본의 시장개입에 대한 미국정부 입장이 "불가"에서 "허용" 쪽으로
바뀌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중앙은행은 이날 엔화가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백18엔선의 강세를
지속하자 FRB측에 시장에 대신 들어가 줄 것을 요청했다.

FRB는 이 요청을 수락, 시장개입창구인 뉴욕연방은행을 통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였다.

개입규모는 5억~10억달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장개입자금은 일본은행이 대주었다.

시장개입덕에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18.97엔을 기록, 전날(1백18.30엔)보다
약간 떨어졌다.

이어 20일 도쿄시장에서는 1백19엔선에서 거래됐다.

앞서 미국은 이달들어 줄곧 일본의 시장개입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일본이 지난 한달사이에 5번이나 시장에 개입하자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인위적인 환율조작으로는 경제를 살릴수 없다"며 일본의 시장개입을
여러차례 비난했다.

그러던 미국이 엔화강세를 막기위해 일본대신 시장에 들어간 것이다.

FRB가 시장에 개입하려면 재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곧 서머스장관이 이날 일본의 시장개입을 묵인해줬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의 시장개입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FRB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창구로
활용되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때문에 월가에서는 서머스장관의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때까지는 시장개입을 통한 환율조작(엔고
억제정책)을 용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서머스장관은 예산정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FRB의 시장개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다만 "강한 달러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