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채무가 허용되는 현지 외국법을 따르겠다"는 약정을 맺었더라도
한국에서 도박빚은 정상적인 채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 10부(재판장 민경도 부장판사)는 20일 미국의 라마다
오브 네바다 호텔이 "빌려준 도박자금을 갚지 않는다"며 박모씨 등 한국인
7명을 상대로 낸 3억9천여만원의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내법은 도박 자체를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국가들도 엄청난 채무를 질 가능성 때문에 신용도박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피고들의 채무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이 카지노에서 칩을 빌리며 "분쟁시 도박채무가
허용되는 네바다주법에 따른다"는 약정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 약정자체가 우리 국민의 건전한 경제생활과 선량한 사회풍속에
반하는 만큼 재판에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라마다 오브 네바다호텔은 지난해 원정도박을 온 박모씨 등 한국인 32명
에게 빌려준 40억여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4건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중 3건의 소송 피고인들은 신분노출을 꺼려 재판에 나오지 않거나
도박자금이었다는 항변을 적극적으로 펴지 않아 패소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