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화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3D"업종에 일손이 달린다고 야단이다.

대량실업사태 속에서도 3D업종의 인력난은 여전했다.

요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산업현장의 인력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손이
한층 더 모자라고 있다.

한편에서는 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인력난으로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취약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다시 잡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3D업종의 인력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인력부족규모로 따지자면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이 더 심각했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고 기업규모간 임금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소제조업,
특히 3D업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3D업종의 인력난은 많은 논란 끝에 외국인들을 끌어들임으로써 해결책
을 찾았다.

외환위기 발생으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길거리에 실업자가 넘쳐
나면서 3D업종의 인력난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었다.

예전에야 다른 일자리가 많아서 그랬다지만 실업률이 7~8%대에 이를 때도
3D업종에는 근로자가 모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업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에 내국인을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내국인들은 "놀면 놀았지 그런 험한 일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기피했다.

여론은 "배부른 실업자"들에 대해 따가운 눈총을 퍼부었다.

험한 일을 하기 싫은 사람이 여론의 비난이 무서워 3D업종에 뛰어들랴.

헛수고였다.

3D업종을 꺼리는 것이 이다지도 심각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묘책은 없을까.

이들 업종에서의 작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문자 그대로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때로는 위험(dangerous)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이에 걸맞은 보상이 제공되지 않는다.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면 이를 보상할 만큼 임금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보상임금이론이다.

대부분의 3D업종이 작업환경뿐만 아니라 임금수준이나 장래성 등 모든
요인에서 취약하다.

근로자들이 이들 업종으로 들어갈 유인이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3D업종에서 인력난 때문에 골치를 앓지 않으려면 적정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근로자 자신이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이것도 되지 않으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국인 근로자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상 현실성
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 내릴 줄 모르는 실업자들의 눈높이를 탓하기라도 할 수 있으나
경기가 회복되면 눈높이 조정을 통하여 3D업종으로 근로자를 모으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 역시 과도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고실업과 인력부족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따른 비용, 단순직 위주의 외국인력
활용의 한계, 불법취업자 및 인권문제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외국인
근로자에 안주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3D업종의 보상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대부분이 영세사업체로서 임금을 높여줄 만한 여력이
거의 없다는 데에 있다.

이런 점에서 3D업종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중소규모
사업체로 거듭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3D업종으로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먼저 작업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들 업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열악한 작업환경이다.

연령층이 낮을수록 임금수준보다 깨끗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더 중요시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멀리 보면서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근로자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금지원과 컨설팅, 성공사례 홍보 등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의 추진력을 더해 주어야 한다.

이들 업종과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기업 단위에서 임금수준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3D업종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공제나 금융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산업기능요원의 배정 등 병역특례혜택의 제공도 기업 및 근로자 입장에서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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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박사
<>저서 : 고학력화와 인력정책의 방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