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19일 재벌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기 위해 당내에 재벌개혁
추진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이만섭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이영일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광태 경제대책위원장은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이 누차
재벌개혁을 강조해왔으나 당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한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재벌개혁은 정부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대통령의 의지를 당이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 상시적으로 재벌개혁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할
뿐만 아니라 재벌개혁의 걸림돌을 없애주는 역할을 담당할 특별 기구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행 등 당 지도부는 "재벌개혁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게
당의 기본 입장"이라며 박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재벌개혁 문제를 다룰 위원회 형태의 특별 기구를
신설하거나 당내 개혁추진위원회에 경제 전문가를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구는 재벌의 부채비율 축소 상황, 워크아웃 이행실태, 외자유치 현황,
주력업종으로의 재편 노력 등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재벌을 독려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제도개선 방안도 이 기구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의 이런 방침은 저금리와 증시 활황 등 경제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재벌들이 구조조정 노력을 하기 보다는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게 당내의 일반적 견해다.

또 지금까지 재벌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 참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내 정책위원회나 개혁추진위원회 등에는 재벌개혁 문제를 다룰
수 있을 만큼의 인력이나 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당직개편 이후로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개혁지향적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벌개혁을 당이 직접 점검하자는 제안도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임채정 정책위의장도 "재벌 개혁 문제와 관련해 강도높은 대책이 필요하다"
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당내에 각종 위원회가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기구 구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또 당이 재벌개혁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오히려 정치논리에 의해
개혁 취지가 훼손될 수 있는데다 또다른 감시기구의 출현으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어렵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