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제지는 반월공단에 있는 골판지원지 업체다.

종업원 1백여명에 연매출 7백억원(올 예상치)의 전형적인 중소기업.

평범한 이 회사에 국내외 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기업뿐 아니라 일본 미주 유럽업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초부터 콘드벨트 프레스 드라잉(Condebelt Press Drying) 시스템을
완공해 가동하기 시작했기 때문.

이 시스템은 대표적인 제지기계업체인 핀란드의 발멧과 동일제지가 공동
으로 개발한 기술로 세계에서 첫 설치한 것.

이 설비에 제지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원지 강도를 25%이상 올릴 수
있기 때문.

강도 향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골판지원지는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원자재.

전자제품에서 기계부품 의약품 식품 등 대부분의 품목의 포장에 골판지가
쓰인다.

원지 강도가 높아지면 상자강도가 높아져 이들 물품 포장에 더욱 효과적
이다.

원가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골판지 표면지는 비싼 천연펄프를 섞어야 하나 이 방식을 사용하면
고지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발멧이 이 설비를 개발해서 외국업체중 동일제지에 첫 설치한 것은 동일제지
가 갖고 있는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데 따른 것.

동일제지는 이 설비에 3백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입했다.

설비 가동으로 연간 매출이 3백억원 경상이익이 1백억원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일제지는 몇가지 독특한 사풍(사풍)을 지닌 업체다.

이 회사의 구매과 직원은 자재 납품업체 관계자를 정성껏 접대한다.

하다못해 구내식당으로 안내하는 한이 있어도.

그러면서 부탁한다.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또 하나의 사풍은 철저한 현금결제.

이 회사에 원자재를 납품한 업체는 평균 10일만에 전액 현금으로 온라인
송금받는다.

예컨대 초순에 납품한 분은 15일, 중순 납품분은 25일에 받는다.

현금구매 덕에 구입가격을 약간 낮추면서 질좋은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

몇년전 제지업계 호황으로 고지가 모자란 적이 있다.

이른바 고지파동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납품업체들이 발벗고 나서서 우선적으로 공급했기 때문.

직원들은 동일제지에 근무하는 것 자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하루 세끼를 회사에서 먹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동일제지 출신이라면 어느 제지업체건 받아준다.

또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부채비율도 60%선으로 낮은 편이다.

동일제지가 지난해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구조조정과 임극삭감없이
이익을 낸 것은 종업원의 애사심이 밑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올 상반기에도 3백9억원 매출에 18억원(추정치)의 이익을 냈다.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의 정 사장은 조흥은행을 거쳐 형이 설립한 동일제지에
임원으로 입사해 91년부터 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거래업체에 득을 주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21세기에도 변치 않는 경영이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0345)491-0010

< 김낙훈 기자 nh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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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섭 사장이 걸어온 길 >

<> 48년생
<>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 조흥은행 근무
<> 88년 동일제지 이사
<> 91년 동일제지 사장
<> 96년 고강도 라이너 기술 세계 첫 개발(한국화학연구소와 공동)
<> 99년 콘드벨트 프레스 드라잉 시스템 세계 첫 설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