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을 지명해 경쟁에 부치는 방식으로 설계자를 선정했죠. 사옥빌딩을 짓는데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하는 경우는 흔치않은 일입니다"
한국중공업사옥 빌딩의 실시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박영건(52.범건축 대표)씨
는 건물의 설계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현상설계 결과 미국의 세계적 빌딩전문설계업체인 KPF사 계획안이 당선됐고
이 기본계획안을 바탕으로 범건축이 실시설계를 했다.
"미국 KPF사의 기본설계는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양식
석조형태였습니다. 이것은 강남 지역환경이나 정서에 잘 맞지않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KPF측을 설득해 부드러운 곡선과 깨끗한 이미지가 가미된
현재의 모양으로 바꾸도록 했죠"
그는 외국설계업체와 공동작업을 진행할 때 그들이 간과하기 쉬운 한국문화
와 지역여건 등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건물의 원래 건축주는 동부산업이었지요. 준공후 IMF사태를 맞아 경영난
을 겪으면서 지난해 한국중공업에 팔리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 빌딩은 조형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지난 98년엔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
상과 한국강구조작품상을 받았다.
건물의 골격을 이루는 철골도 고급자재를 사용해 건축비가 주변의 비슷한
건물에 비해 훨씬 더 들었다.
"상업용 빌딩의 경우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좀더 많은 상업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데 반해 이 건물은 이런 부분에서 관대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건물모양과 외부공간에 여유가 많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공익성을 고려한
건물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건축주들이 인식했으면 합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온 박씨는 정림건축에서 일하다가 83년 범건축을
설립했다.
무주리조트 보성중고 아셈컨벤션센터(공동설계) 영종도공항 여객터미널(공동
설계) 등을 설계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