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기도지사 부부의 구속을 불러온 경기은행 회생로비 사건은 IMF
와중에서 퇴출된 5개은행 모두의 비리사건으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퇴출당한 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쳤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자의 범위는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퇴출된 은행은 동남(부산) 대동(대구) 충청(대전)
동화(이북5도민) 경기은행(인천).

이번에 비리가 드러난 경기은행 외에 나머지 은행들이 수사대상이다.

검찰은 이미 퇴출은행의 비리와 관련된 상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해당지역과 연고가 있는 정.관계 인사들과 은행 임직원
사이의 금품수수 사실 등이 무더기로 터져 나올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시각이다.

이들 은행들이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는 "소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인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치권 고위공직자 자치단체장 등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위원회 간부와 직원들은 치열한 로비를 피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도피생활을 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을 정도다.

검찰에는 당시의 진상을 알리려는 "제보"가 있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동남과 대동은행의 로비는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J정권이 영남을 죽이려한다"며 지역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산과 대구 지역에 연고를 둔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동원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경기은행이 임창열 경기지사 부부에게 접근해 로비공세를 편 것도 이
무렵이다.

검찰은 주혜란씨에게 건넨 돈의 일부가 청치인과 고위관료에게 전달로
로비자금으로 쓰인 흔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퇴출대상 은행이 공정하게 선정됐는 지에 대한 의혹이 금융계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 퇴출대상이었던 모 은행은 구제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충북은행은 막판에 퇴출대상에서 빠지기도 했다.

검찰은 퇴출은행 비리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수사시기와 강도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옷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흐트러진 검찰조직의 기강을 추스리고 땅에
떨어진 검찰위상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검찰관계자는 "오래전부터 퇴출은행 임원 비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구린 곳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를 정도"
라고 덧붙였다.

임 지사의 비리는 퇴출은행 전체를 대상으로 벌려놓은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 한마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검찰수사가 임박해지자 퇴출은행을 연고지로 한 정치권과
고위공직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 당국은 퇴출은행의 로비스트 리스트가 나돌고 내사 진행까지
알려지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사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박동수 금감원 검사1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례까지 있어
더욱 초조해하고 있다.

아무튼 검찰은 이번 사건을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으로 삼을 예정이다.

금융분야의 대대적인 사정에 막이 오른 형국이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