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미생물을 아느냐"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국립 박물관에서는 요사이 "미생물 전람회"가
인기리에 열리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와 화이자 제약이 후원한 "미생물:보이지 않는 침입자,
경이로운 친구"전.

지루하고 고답적인 과학 전시회가 아니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이스트...

복잡하고 신비롭고 때론 치명적인 미생물들의 세계가 3차원 영상,
홀로그래피, 인터랙티브 비디오 게임, 말하는 로봇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해 다양하게 펼쳐진다.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전시는
세균이 인류 역사속에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끼쳤던 시대를 둘러보는
역사관에서 시작된다.

제 1관은 "파리 납골당실".

컴컴한 조명아래 천장까지 해골이 빽빽이 쌓인 지하무덤.

"미스터 중세"라는 이름의 로봇이 14세기 중반 유럽에 창궐해 무려
5천6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페스트에 대해 들려준다.

이어 천연두로 숨진 람세스 5세의 미라 모형이 있는 이집트관,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초토화된 아즈텍 문명관, 50년대 북미를 강타했던 결핵과
인플루엔자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메인 스트리트 노스 아메리카"실이
이어진다.

역사실을 빠져나온 순간부터는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가 시작된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인 "버추얼 인베이더".

사방에서 공격해 오는 박테리아에 백혈구를 던져 맞히면 박테리아가
터지면서 스코어가 올라간다.

면역체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저절로 배우게 된다.

항생제 대포게임, 체내 세균 레이스 게임 등 다양한 비디오 게임이 마련돼
있다.

홀로그래피로 연출된 미생물 테마 파크를 거닐면서 현란하고 화려한
미생물들의 우주를 볼 수 있다.

"좋은 놈들의 부엌"도 재미있다.

부엌처럼 꾸며진 방에 들어가 찬장문을 열면 "귀여운 빵"이 말을 한다.

"나를 부풀리려면 이스트라는 놈이 필요하지"

냉장고속의 치즈도 거든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선 발효균이 있어야 해요"

유머스런 설명에 어린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자연스럽게 미생물과 의학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전시회는 9월말까지 스미소니언에서 열린후 오는 2003년 1월까지
시카고 보스턴 등 미국 11개 도시에서 계속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