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식 비전이 필요하다 .. 이광철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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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 < 홍익대 교수 / 경영학 >
여름휴가철에 접어들자 김포공항이 붐빈다.
해외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소비수준은 IMF관리체제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여러 경제지표를 볼 때 한국경제는 일단 외환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경제의 근본 문제점이
치유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한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는가.
여전히 우리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품질면에서는 선진제품을 따라가지 못하며
가격면에서는 후발 개도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밀린다.
이제 차분히 앉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
의 비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구조조정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기초체력훈련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체력단련만 하면 지루해진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면서 운동하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보디빌딩 수련자가 멋진 근육을 가진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연습하듯이.
필자가 몇년전 미국에 교환교수로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3차원의 영상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일본 닌텐도사의 64비트 게임기가 새로
출시되던 날이었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구매행태로 소문난 미국의 소비자들이 돌연 새벽부터
가게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극성을 부렸다.
일본 제품 하나가 미국 소비자들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서의 일본 제품의 위상이며 일본경제의
위력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지난 50~60년대 일본 제품은 요즘의 한국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가격은 싸나 품질은 구미국가들의 수준을 못따라가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던 것이 70~80년대를 지나면서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대접받게 됐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필자는 일본기업들이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덕분이라고 본다.
70~80년대 일본은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는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계속 만들었다.
VTR 워크맨 캠코더 디지털피아노 액정TV 등 많은 제품이 그러하다.
이런 혁신적 제품을 연이어 선보임으로써 단순한 제품 모방국으로서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차츰 제품 혁신국으로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시장 소비자들에게 일본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감도
축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성공사례는 한국의 비전을 그리는데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의 바람직한 한국의 모습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돼야 할 것이다.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 같은 소국이 선진국인 이유도 따져보면 결국 특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한국의 비전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야 할까.
첫째,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역할이 중심축에 서야할 것이다.
한국의 유능한 과학기술인력이 세계적인 기술 및 혁신제품을 개발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최근들어 벤처기업의 활성화, 코스닥시장의 성장, 벤처펀드의 조성등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 나타나고는 있다.
그러나 효율적 연구개발, 경쟁시스템 도입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쌓여있다.
둘째, 비전에는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영웅이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인력과 같은 전문가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정치인 행정관료
운동선수 등보다 높이 평가하고 보상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마치 온 국민이 박세리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듯 세계수준의 업적을 올린
과학기술자들에게도 국민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실천력 있는 비전이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신지식인"을 발굴해 신지식인의 개념을
전파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신지식인이란 개념이 국가 비전으로서는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다.
자장면 배달부나 우체국 직원이 신지식인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는 혹시 대학교까지 졸업한 지식있는 배달부나 직원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조차 과연 신지식인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의 비전으로서 범국민적인 파급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할 것이다.
-----------------------------------------------------------------------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경영학박사
<>통신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
여름휴가철에 접어들자 김포공항이 붐빈다.
해외여행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소비수준은 IMF관리체제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여러 경제지표를 볼 때 한국경제는 일단 외환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경제의 근본 문제점이
치유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한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는가.
여전히 우리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품질면에서는 선진제품을 따라가지 못하며
가격면에서는 후발 개도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밀린다.
이제 차분히 앉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경제
의 비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구조조정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기초체력훈련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체력단련만 하면 지루해진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면서 운동하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보디빌딩 수련자가 멋진 근육을 가진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연습하듯이.
필자가 몇년전 미국에 교환교수로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3차원의 영상이미지를 제공한다는 일본 닌텐도사의 64비트 게임기가 새로
출시되던 날이었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구매행태로 소문난 미국의 소비자들이 돌연 새벽부터
가게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극성을 부렸다.
일본 제품 하나가 미국 소비자들을 휘어잡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서의 일본 제품의 위상이며 일본경제의
위력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지난 50~60년대 일본 제품은 요즘의 한국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가격은 싸나 품질은 구미국가들의 수준을 못따라가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던 것이 70~80년대를 지나면서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대접받게 됐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필자는 일본기업들이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덕분이라고 본다.
70~80년대 일본은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는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계속 만들었다.
VTR 워크맨 캠코더 디지털피아노 액정TV 등 많은 제품이 그러하다.
이런 혁신적 제품을 연이어 선보임으로써 단순한 제품 모방국으로서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차츰 제품 혁신국으로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세계시장 소비자들에게 일본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감도
축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성공사례는 한국의 비전을 그리는데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선진국으로 가는데 있어서의 바람직한 한국의 모습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돼야 할 것이다.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 같은 소국이 선진국인 이유도 따져보면 결국 특정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한국의 비전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야 할까.
첫째,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역할이 중심축에 서야할 것이다.
한국의 유능한 과학기술인력이 세계적인 기술 및 혁신제품을 개발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것이 바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최근들어 벤처기업의 활성화, 코스닥시장의 성장, 벤처펀드의 조성등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 나타나고는 있다.
그러나 효율적 연구개발, 경쟁시스템 도입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쌓여있다.
둘째, 비전에는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영웅이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인력과 같은 전문가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정치인 행정관료
운동선수 등보다 높이 평가하고 보상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마치 온 국민이 박세리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듯 세계수준의 업적을 올린
과학기술자들에게도 국민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실천력 있는 비전이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신지식인"을 발굴해 신지식인의 개념을
전파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신지식인이란 개념이 국가 비전으로서는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다.
자장면 배달부나 우체국 직원이 신지식인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는 혹시 대학교까지 졸업한 지식있는 배달부나 직원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조차 과연 신지식인이란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의 비전으로서 범국민적인 파급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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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경영학박사
<>통신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