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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투데이] 흔들리는 독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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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그먼 < 미국 MIT대 경제학 교수 >

    얼마전 유럽연합(EU)의 서류처럼 꾸민 여러 종류의 가짜 문서가 인터넷
    전자우편을 타고 나돌았다.

    그중 하나는 "단일 통화를 출범시켰으니 다음 단계는 분명히 단일 언어를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가짜 문서는 "현실적으로 볼 때 단일 언어는 영어가 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어를 좀 개선시켜서"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개선책은 영어단어중 거칠게 발음되는 알파벳 "C"를 모두 "K"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conflict"를 "konflikt"로 고쳐 써야 된다는 얘기였다.

    "C"를 "K"로 바꿔 써 내려가던 이 서류의 말미쯤에서는 영어 대신 온통
    독일어로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가짜 서류는 유럽이 독일의 지배하에 놓일 것이라는 조크 겸 암시다.

    독일은 유럽연합(EU)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이자 가장 강력한 경제를
    자랑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최근 독일은 유럽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지금 유럽경제 전체를 약화시키는 골칫덩이다.

    올들어 독일에서 나오는 경제 뉴스들은 우울한 것들뿐이다.

    지금의 독일경제 문제점중 일부는 게하르트 슈뢰더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다.

    현 정부는 수시로 전통적인 사회주의 수사로 기업들의 자신감을 앗아가고
    있다.

    물론 독일경제는 슈뢰더가 총리로 선출되기 전부터 거의 죽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슈뢰더는 나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죽어가는 독일 경제의 원인을 통일에서 찾기도 한다.

    통일은 독일의 분위기를 차갑고 축축한 이탈리아판으로 만들었다.

    이탈리아가 번영을 누리는 북부와 퇴보하고 있는 남부로 나뉘어진 것처럼
    독일은 생산성이 높은 서쪽과 여기에 의존하는 동쪽으로 갈라져 있다.

    양국 모두 경기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지원으로 국가 재정
    상태가 나빠지고 사회 전체가 경직됐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오늘날의 독일경제 문제가 통일전에 잉태됐다고 주장한다.

    독일 경제학자 허버트 기르쉬는 20년전 "유럽병(eurosclerosis)"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지나친 규제와 관대한 사회보장 제도로 경제효율성이 떨어지고 신규
    일자리가 줄어드는 유럽사회를 일컫는 이 말은 사실 독일을 염두에 둔
    단어였다.

    하지만 이 말은 독일과 활기찬 영어권 경제간의 차이를 "자유시장경제 대
    정부의 강한 손"이라는 좌우익 문제로 획일화 하고 있다.

    독일 경제학자나 정부 관리들과 얘기해 본 사람들이라면 독일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미국인들보다 훨씬 보수적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독일사람들은 식료품점이 온 종일 문을 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반면에 통화가치와 예산은 튼튼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는 것을 싫어하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느낀다.

    미국처럼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경제와 독일같이 곤경에 빠진 경제를 나누는
    진짜 경계선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것이다.

    이것은 카를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의 대결이 아니다.

    이마누엘 칸트의 절대이성과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간의 차이다.

    독일인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원칙들이다.

    진실의 본질을 확정짓는 규칙들과 도덕성 같은 것들이다.

    가게가 언제 문을 열어야 하고 마르크화의 가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반면에 미국인들은 철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좀 헐렁하다.

    미국사람들은 무엇이건 효과가 있을 만한 것은 모두 자기것으로 만든다.

    사람들이 밤 11시에 쇼핑을 하고 싶어하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

    달러가치가 달러당 80엔이든 1백50엔이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미국식이 항상 더 좋지는 않다.

    지금도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는 독일차와 같은 고급차를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만들어 내지도 않을 것이다.

    또 수출에 관한 한 미국은 독일에 한참 처진다.

    독일은 70년대와 80년대에 미국보다 인플레문제를 더 잘 해결했다.

    그러나 세계는 원칙보다 융통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기술과 시장, 그리고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있는 환경에서 맹목적으로 튼튼한 통화만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끝없는 경기후퇴만을 초래할 뿐이다.

    독일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나가 된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새로운 유럽의 경제엔진이 돼야 한다.

    기관차가 질질 끌려가면 기차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만다.

    -----------------------------------------------------------------------

    이 글은 폴 크루그먼 미국 MIT대 경제학교수의 포천지(7월19일자)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정리=김용준 국제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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