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1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 호텔롯데에서 "제7차 ISO/TC 207 총회"가
열렸다.

TC 207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전문기술위원회중 하나.

환경경영에 관한 국제표준화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53개국에서 3백90여명의 환경전문가와 정책입안자들이
참석했다.

93년 처음 시작된 이래 총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ISO14000시리즈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ISO14000은 그동안 나라마다 다르게 운영되어 온 환경관리 기법 및 체제를
통일하기 위해 제정한 환경경영 관련 국제규격이다.

기업 스스로 환경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환경관리 기술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SO14000시리즈는 크게 조직 환경관리와 제품 환경관리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환경경영시스템(EMS) 환경감사(EA) 환경성과평가(EPE)가 전자에 속하며
환경라벨링(EL) 전과정평가(LCA) 환경친화적 제품설계(DfE)가 후자에 속한다.

또 조직.제품 환경관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용어 및 정의(T&D)항목도 있다.

흔히 말하는 ISO14001은 EMS규격을 의미하며 이를 제외한 나머지 ISO14000
시리즈는 모두 지침형태로 돼 있다.

현재까지 한국 ISO14001 인증 획득수는 4백63개(99년 5월기준).

수적으로만 본다면 일본(2천1백24개) 독일(1천4백개) 영국(9백47개)
스웨덴(6백45개) 대만(4백92개)에 이어 세계 6위다.

하지만 김태용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증 획득업체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지난 97년 일본 도시바의 아이치공장 나고야 분소에서 발암성 물질이 검출된
사건이 있었다.

ISO14001 인증을 획득한 지 몇 달도 채 안돼 발생한 것이다.

ISO 인증 취득이 반드시 실질적인 환경관리체제의 강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예다.

정해진 한국품질환경인정협회(KAB)전무는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은
단순히 ISO14001 인증 획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즉 원료 조달에서 생산 유통 사용 및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환경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결국 ISO14001은 ISO14000규격 시리즈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 전무의 지적이다.

그는 "이젠 한국도 LCA는 물론 DfE나 EL,즉 제품의 환경성 정보를 제공하는
규격.기준에 대해서도 신경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은 실제 무역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들어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기업에 요구하는 환경경영은 단순한 ISO14001
인증 획득에 그치지 않는다.

황종수 삼성전자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바이어들이 제품의 전 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ISO14000시리즈 중 하나인 LCA가 향후 기업의 효율적인 환경경영의
잣대로 자리잡을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LCA는 원료의 추출에서 폐기물의 최종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항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LCA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LCA를 실제 수행한 예가 거의
없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하루속히 LCA를 도입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불황탈출을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하는 현재 한국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황 수석연구원은 "최근들어 바이어들이 포장재질이나 인쇄물질에까지 환경
친화적 제품을 쓸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과시효과
차원에서 ISO14001 인증을 획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환경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환경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역할이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마크가 붙은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재를 사용한 저급 물품으로 생각해서
는 안된다는 것.

결국 기업이 고객만족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먼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방실 기자 smil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