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가 닥친 후 우리 사회에 ''자격증 취득열풍''이 불었다.

학생 직장인 할것없이 모두 자격증에 매달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실력을 길러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

자격증은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다.

그러면 요즘 기업들에 가장 절실한 자격증은 무엇일까.

열에 아홉이 ISO 인증서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이 인증이 없으면 우선 수출하기가 힘들다.

ISO 인증은 품질보증 및 환경경영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다.

품질보증과 환경경영은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수준에 맞추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선 상대도 해주지 않는다.

이 수준의 척도가 바로 ISO 인증여부다.

새로운 무역장벽이다.

세계 각국의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려면 필수적이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현재 발주공사 입찰심사때 ISO 인증을 받은 업체에 가산점을 인정해
준다.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ISO 인증을 준비하려면 적어도 1년이상 걸리지만 일단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한 중소기업은 인증을 받은 뒤에 2년간의 생산량을 한번에 주문받은 적도
있다.

품질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ISO 인증은 대외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격증으로 통한다.

하지만 ISO 인증은 "자격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증을 받기 위한 노력과정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ISO 인증을 받고 나면 회사가 아주 달라져 있는데 놀라게 된다.

ISO 인증을 준비하는 동안 조직의 효율성은 크게 향상된다.

가장 큰 효과는 업무 표준화의 정립이다.

ISO의 기본정신은 "문서화"와 "기록화".

업무처리과정을 철저히 문서화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어떤 공정에서 누구에 의해 불량이 발생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진다.

작업공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지 쉽게 파악된다.

체계화된 작업처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조직 전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면 제조공정의 불합리한 요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원인이 같이 드러나 개선하기도 쉽다.

작업능률은 높아지고 시행착오는 줄어든다.

품질이 향상되고 불량률이 감소한다.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의식개혁에도 도움이 된다.

인증획득을 위해선 서로 다른 공정을 맡은 부서끼리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많은 토론과 상호점검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다른 부서와 회사전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직원간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효과다.

아울러 일관성있는 조직을 유지하게 한다.

국내 기업들중엔 아직도 업무 방법서가 있는 곳이 많지 않다.

후임자는 선임자와 같이 일하면서 배우거나 혼자 처음부터 무작정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런 비능률은 모든 절차를 문서로 체계화하는 ISO 인증 준비과정에서
해결된다.

개개인의 노하우가 착실히 축적돼 업무수행의 참고서가 된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걱정이 필요없다.

숙달된 담당자가 바뀌어도 품질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요즘처럼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 시대엔 강한 조직의 필수요건이다.

이밖에도 ISO 인증을 한번만 받으면 구매자로부터 중복된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등 무수한 부가효과가 있다.

과정(인증노력)과 결과(인증서)도 중요하지만 ISO 인증을 진정한 경쟁력의
초석으로 만들기 위해선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인증 후에 지속적인 품질.환경경영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인증획득에만 안주한다면 ISO 인증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하는 것이다.

품질.환경시스템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계속적인 사후관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ISO 인증은 품질보증과 환경경영을 잘했다는 격려인 동시에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인 것이다.

< 서욱진 기자 ventur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