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계경제는 지역 블럭화를 넘어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할 수록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현안에 대한 각국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우리 경제가 경제 협력국으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글로벌 경제협력시대에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주요국 주한 대사와 주한 EU상의 회장 등을
대상으로 대담 시리즈를 마련했다.
"21세기 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제협력: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의 모색"
을 주제로 가진 이 대담 시리즈는 3회에 걸쳐 게재할 계획이다.
첫회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주한 대사를 초청, 아시아 각국이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들어봤다.
사회는 배이동 전경련 상무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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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갈링감 <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 >
하라사 < 주한 필리핀 대사 >
나타아마자 <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 ]]
<> 사회 =아시아 금융위기는 해당국가 경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기도 했는데.
<> 유갈링감 주한 말레이지아 대사 =빈곤이 심화되고 중산층 기반이 약화
되는 등 사회적 손실이 엄청났다.
특히 통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단기간에 환율이 급등, 외채가 불어
났으며 물가가 크게 인상되고 은행과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했다.
물론 얻은 것도 적지 않다.
은행 부문의 건전성이 확보됐고 체질도 강화됐다.
기업의 지배구조도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
민간부문의 위기관리능력이 높아진 것도 이번의 경제위기를 통해 얻은
부수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 사회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처방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각국의 정책 대응전략의 골자은 무엇인지.
<> 하라사 주한 필리핀 대사 =금융위기 이후 재정.통화, 금융 및 기업부문
정부부문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재정.통화 정책으로는 내수촉진을 위해 환율 및 물가안정에 주안점을 뒀다.
또 저축율을 높이고 수출과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기업 및 금융부문의 회생정책과 관련해서는 주식시장 개혁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중이다.
아울러 기업의 해외매각 보다는 외국기업과 합병이나 제휴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 나타아마자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긴축재정과 통화정책의 투명성 제고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기업부문과 관련, 규제완화 및 중소기업의 성장기반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독과점 해소, 민영화 및 대외개방 촉진을 중점적으로 추진중이다.
금융분야의 체질강화가 앞으로 경제회복의 관건이라고 판단, 은행 시스템의
개혁과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 말레이시아 대사 =아시아 경제위기의 초기 단계에서는 말레이시아도
IMF 권고안과 유사한 내용의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였으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산가격 인상, 기업과 금융부문의 건전성 강화, 확대재정정책을
골자로 하는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시행했다.
현재 이런 정책 처방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년도 성장률은 1% 내외가 될 것이다.
<> 사회 =해외 단기자본의 과잉유입을 통제한 칠레와 단기자본의 유출을
일정기간 제한한 말레이지아의 처방은 자본 통제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오는 10월이면 단기자본으로 1년동안 묶여 있던 외국인 자금들이 말레이시아
에서 대거 빠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 말레이시아 대사 =그런 우려는 크지 않다.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3백10억달러 정도이며 자본유출 통제조치
해제에 따른 유출규모는 50억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본유출 통제는 핫머니에 국한했으며 이 조치를 실시한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 사회 =지난번 있었던 인도네시아 총선 및 금년말 대통령 선거와 관련
하여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 인도네시아 대사 =선거에서 어느쪽이 다수당을 차지하든 현재의 정책기조
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IMF는 선거 이전에 이미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 이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으며 야당도 현재의 정책기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
<> 사회 =각국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초기단계에서 고금리와 초긴축재정을
처방한 IMF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 말레이시아 대사 =IMF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정책권고안은
아시아 국가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65년 이래 현재까지 IMF 구제금융을 받은 89개국중에서 32개국은 오히려
경제상황이 악화됐다.
한국의 예를 봐도 IMF가 제시한 고금리와 초긴축 정책이 한국의 경제회복을
지연시킨 측면이 있었다.
<> 사회 =일부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요인들이 별로 해소되지
않았으며 동아시아에서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필리핀 대사 =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
특히 일본이 아시아 각국의 수출을 어느정도 흡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일본이 내수 촉진을 통한 경제회복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도 우려되지만 평가절하에 따른 엄청난 파급영향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시아의 경제가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실업율과 내수침체,
막대한 부실채권 등 아시아 경제에 드리운 구름이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다.
<> 말레이시아 대사 =경제기반 약화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새로운
국제협력체제의 향방, 과도하게 팽창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통제
장치의 마련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새로운 위기가 올 수도 있다.
<> 사회 =미국의 무역적자가 확대되는 추세이고 내년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무역.산업정책 측면에서 보호주의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 필리핀 대사 =아시아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은 미국이 시장을 제공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과 같이 상호의존적인 글로벌 경제환경하에서 미국이 보호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회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제자본시장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아시아 차원에서는 어떠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가.
<> 말레이시아 대사 =국제자본흐름이 적절하게 감시되고 통제될 필요가
있다.
현재 투명성과 자유화를 높이는 방향으로 해결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것이다.
<> 사회 =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 통화기금(AMF) 창설 제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데.
<> 필리핀 대사 =아시아통화기금(AMF)은 아시아경제의 회복과 금융위기의
재발방지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AMF가 IMF의 대안역할을 할지가 문제다.
AMF가 IMF와 같이 강력한 운영 메카니즘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
하다.
기금을 조성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 사회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
에서 동아시아 각국 통화간 결제성을 강화하고 수출입 차액에 대해서만
경화를 지급결제하는 역내 통화결제 협정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 적이
있다.
<> 말레이시아 대사 =역내 통화결제협정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나 이에 앞서 역내 통화의 안정과 참가국간 교역균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 사회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간의 역내 정책협조 기반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 다자간
협력의 틀을 모색하려는 논의도 활발한데.
<> 말레이시아 대사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중심의 협력과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분명히 필요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도적인 협력체를 통해
역내 교역과 국경간 교류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협력체(East-Asian Cooperative Body)가 출범할 경우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위기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내 교역확대, 중복투자 방지, 투자협력을 통한 투자활성화, 거시경제정책
에 대한 협조기반 강화, 투기자본의 유입에 대한 공동대응, WTO 등 국제기구
에서 아시아의 대응력 강화 등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사회 =동아시아 역내 경제협력체를 추진하기 위한 전단계로서 중국,
일본, 한국 3국간에 다자간 협력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 인도네시아 대사 =한.중.일 3국간 지역 협력은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동북아 경제협력에 있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 사회 =아시아 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중의 하나로 과잉투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설비 및 상호비교열위 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한
방안으로 아시아 기업간의 합병이나 전략적제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
되고 있는데 투자문제에 어떻게 보는가.
<> 말레이시아 대사 =아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과잉투자가 아니라 중복
투자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투자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효율성의 문제이다.
비록 일부 산업에서는 과잉투자가 빚어졌지만 아시아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런 측면에서 아세안 투자지역(AIR)을 통해 역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외국인투자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필리핀 대사 =현재 국제적인 투자흐름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금이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 정리=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