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이노 겐지 소장 약력 ]

<> 45년생
<> 시즈오카대 공학부
<> 68년 도시바 입사
<> 70년 노무라종합연구소 입사
<> 경영컨설팅부 부장
<> 93년 6월 아시아사업개발부 부장
<> 95년 서울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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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올 사람의 포부를 들어야지 떠날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7월말로 한국을 떠나는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시이노 겐지(54) 한국지점장은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 미소는 1시간반 가량의 대화중에 볼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이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그는 진지했고 조심스러웠다.

"한국 산업의 기초는 제조업 발달을 통한 수출증진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문화산업과 서비스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을 자주 인용하더군요. 하지만 미국에서의 한 연구결과
3차산업의 상품 수요자는 대부분 제조업 종사자였습니다. 제조업과 분리된
서비스산업의 발달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시이노 지점장은 97년말 외환위기는 기본적으로 수출입의 밸런스가 무너져
외환부족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무역수지가 크게 호전된 것 같지만 사실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지
수출액이 늘어서가 아닙니다. 한국의 산업구조상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수입이 큰 폭으로 늘게 돼 있습니다. 수출입 동향에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위기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겠죠"

그는 최근 문화산업에 대한 지나친 열기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한국의 분위기는 "첨단", "문화"가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식입니다.
한국은 싱가포르가 아닙니다. 하나의 산업을 특화해 국민전체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말이지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도산업은 확실하게 육성하되 기존산업
과 새로운 산업이 적절히 혼합돼 주도산업을 뒷받침하는 양상이 돼야 합니다.
고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이노 지점장은 현재의 주식열풍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한 자릿수로 떨어진 금리에 일반 국민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일반 외국인 시각으로는 한국기업의 생산력이나 국제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거품이 형성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군요"

그는 대화의 끝에 이르러서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말을 한마디했다.

"한국인은 정열적입니다. 개인이나 사회전체가 역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죠. 이러한 활기가 한국의 앞날을 밝게
만듭니다"

그는 "사람은 나이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꿈을 잃기에 늙어간다"는 일본
경영자들의 경구를 들려 줬다.

일본에 돌아가면 노무라연구소를 동아시아 전체의 싱크탱크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말과 함께-.

금방 끓고 금방 식는 한국식 정열과 다른 일본인 특유의 근성이 느껴졌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