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왕용(56)씨와 김춘추(55)씨가 시집 "버리기, 그리고 찾아보기"
(고려원)와 "얼음울음"(시와시학사)을 각각 내놓았다.

두 시인 모두 삶의 뿌리와 의식의 밑바닥을 간결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양씨의 시는 사물의 근원에 가닿는 "영혼의 두레박"을 연상시킨다.

그는 지난 10년간 "궁극적 관심"을 시에 담아내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이번 시집 "버리기, 그리고 찾아보기"는 한 세기를 마감하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찾을 것인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에게 시는 삶의 지렛대다.

"시는/싸움도 아니고 갈라섬도 아니다/오히려/상대를 바라보고 가슴
아파하며/자기 잘못도 깨닫는/회개의 눈물이다/시는 끝내는 상대를/포근하게
껴안는/온유함이다"("다시 나의 시 5"부분)

그의 시는 "비록 뷔페 식당에서라도/굳이 수정과나 감주 마시면서/산성비
내리는 창 밖 바라보고/걱정하는 고향 들판"이자 "한참 고민하다가/고향
들판에는/산성비 내리지 않으리라 확신하며/달려가는/기억 속의 그 시간들"
이다.

그 속에서 그는 "나에게 좋은 일 생겨도/웃고 싶은 마음"과 "버리고 나면
남는 가난"마저도 다 버리자고 말한다.

이처럼 완벽하게 버린 뒤에야 "한 자루 촛불처럼/그윽하고 눈물겨운/사랑"이
보인다.

"너그러움 화평 대화 타협 어디에 살고 있는지/눈 부비며" 찾다보면 마침내
"맑은 물소리"와 "뭇 나무들의 향기"가 느껴지고 "거짓말 할 줄 몰라 쩔쩔
매는/이 시대의 얼간이같은/정치인"도 발견된다는 믿음.

그 희망의 길을 향해 시인은 "해마다 끊임없이 피어나고/꺾여도 다시
살아나는" 개나리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씨의 "얼음 울음"은 모세혈관처럼 섬세하게 읽히는 시집이다.

그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

의사가 된 뒤에도 열병을 앓는 문학청년이다.

그는 청진기만 놓으면 어린 날 전국 백일장이나 "학원"지에 시를 투고하던
소년의 심정으로 돌아가 한줄 한줄 시를 쓴다.

오랜 문우인 시인 서정춘씨와 밤을 새워 문학을 이야기하고 새벽마다 원고를
다듬는다.

그의 시는 때묻지 않은 천짐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우주의 심상을 그윽하게 담아낸다.

"하루 앞서 살다가 하루 뒤에 가고 싶다"("하루살이"전문)같은 짧은 시가
긴 여운을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남한강"이라는 시를 "에미 젖을 물고/ㅏ ㅑ ㅓ ㅕ로 흐르다가/제법
목소리가 실해지면/ㄱㄴㄷㄹ로 흐를 줄도 안다"고 시작한다.

강물이 자음과 모음의 완급보다 더 실감나게 흐른다.

"골다공증"이라는 시에서는 "무쇠도 늙으면/녹이 슬어/송송 구멍이 생기고/
몸무게가 줄다가/키는 없어진다//I자에서 C자로/휜 세월이/병인 줄 몰라/울
엄니를 무쇠라/생각한 적 있다"고 고백한다.

이번 시집은 지난해 늦깎이로 등단한 그의 세권째 결실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