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가의 지난주 최대 뉴스는 일본의 2.4분기 단기관측지수였다.

일본은행이 분기마다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이 지수는
일본 재계의 사업의욕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과 함께 일본 경제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는 2대 잣대다.

2.4분기 지수는 절대치로는 여전히 나빴지만 1분기에 이어 연속적으로
나아지는 추세를 보여 엔고강세에 불을 댕겼다.

제2의 엔고시대까지 예고될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엔고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일본의 경제난을 예고한다.

도이체방크의 케네스 커티스 수석연구원이 연말께 엔화가 달러당 1백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때 일본경제가 질식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이
때문이다.

엔고는 사실 필연적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지속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그 반사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지탱하기 불가능한 경지로 들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규모가 크다지만 1조달러를 훨씬 넘는 외채를 안고 있는 미국이
원금은 둘째치고 이자라도 갚으려면 적자국 신세를 면해야 한다.

미국이 적자국을 면하려면 필연적으로 일본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확실히 이끄는 길은 엔고뿐이다.

물론 일본 연립여당은 내수중심국으로의 전환을 위해 소비세를 1년간 전면
폐지했다가 2년째부터 다시 점진적으로 올려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국민들의 은퇴 후 생계에 대한 걱정과 이에 대비한 과잉저축 열기를
진정시키고자 앞으로 새로 걷게 될 소비세는 전액 국민연금기금으로 돌리는
것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엔고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엔고로 가는 방식이 어떤 것이냐이다.

일본이 대외순자산을 동원해 엔고시대의 도래를 최대한 지연시키며
국내 대량 실업사태를 해결해 간다면 세계는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처음부터 통화증발로 엔 하락을 유도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수출증대를 도모한다면 세계는 이른바 G3(선진 3개지역) 통화위기 속에서
크게 출렁거리며 보호무역주의로 치달을 것이다.

일본의 극우화와 군사대국화도 예상된다.

아시아 경제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처지에 몰릴 것이다.

올 하반기는 엔고의 길이 어디로 첫발을 내딛을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 전문위원.경영박 shind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