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와 사귀던 A씨는 아내가 간통죄로 고소하는 바람에 실형을 선고
받았다.

A씨는 감옥에서 출소한 뒤 위자료를 지급하고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합의
각서까지 받았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혼할 수 없다고 나왔다.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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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은 당사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어 이혼하는 것이므로 그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당사자 사이에 합의만 성립되면 이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혼의사의 합치를 이룰 수 없는 경우에는 법원에 이혼재판을 청구해
재판상 이혼을 해야 한다.

재판상 이혼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법에 규정된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잘못이
있어야 한다.

단지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사정만으로는 이혼을 할 수 없다.

파탄에 이르게 된 잘못이 상대방에게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A씨는 이혼하기로 합의했다는 각서만 갖고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협의이혼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재판상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다.

물론 A씨 아내의 경우 A씨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A씨에게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잘못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유책배우자(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권이 없다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혼인파탄의 책임이 없고 혼인생활에 성실했던 상대방 배우자가 자녀들의
행복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혼인의 계속을 바라고 있다면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이 상대방 배우자의 행복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공평의 관념에 합치된다는 것이다.

또한 "더러운 손"은 법정에 손을 내밀 수 없다는 "클린 핸드(clean hands)"
의 원칙도 또 다른 이유가 될수 있을 것이다.

만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된다면, 이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스스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뒤 상대방을 축출할 수 있게 되는 불합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가 단순히 부정행위만 했다면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이므로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아내도 내심 A씨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단지 A씨를
괴롭힐 목적으로 표면상으로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A씨에게 여전히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판단에서 대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A씨가 아내의 고소로 감옥에 갔다 왔고, 아내가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고
이혼하기로 합의한 후 남남으로 지내왔다면 아내에게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혼인관계의 파탄 책임을 A씨의 부정행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므로 A씨는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도 없이 유책배우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표면상으로만 이혼에
불응한다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 김준성 변호사 www.lawguide.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