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7일 귀국기자회견에서 삼성자동차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의
잘못을 거론, 채권단의 책임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는 이틀전인 5일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이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로
해결키로 한 삼성차 빚 2조8천억원에 대해서는 삼성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의미가 다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 구조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날 사견을
전제로 했지만 채권단의 책임을 거론, 침묵을 지키던 삼성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에따라 삼성차 빚 처리를 둘러싸고 삼성과 채권단간 일대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결자해지라는 말로 삼성차 처리의 방향을
잡았다.

삼성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공식화한
셈이다.

문제는 김 대통령이 회견 말미에 한 채권단의 책임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대출을 잘못했을 경우 손실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
하지만 삼성차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채권단이 삼성차에 막대한 돈을 빌려 줄때는 삼성차 보다는 삼성
그룹과 이건희 회장의 신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삼성차가 단독 회사
였다면 그같은 대출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도 지난달 30일 삼성차 처리를 발표하기 2시간전 채권은행들을 먼저
찾아가 채권단에는 전혀 손실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일자 신문광고에도 기업의 부채를 국민의 짐으로 돌리는 행위는 기업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공언했다.

대부분의 채권단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이어서 채권단의
책임은 곧 국민의부담이 된다.

채권단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채권단에 비상이 걸렸다.

채권단 관계자는 "말도 안된다"며 "삼성차 부채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삼성
계열사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겠다"며 초강경 태세를
보였다.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상장되지 않는다면 주식
4백만주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라며 "값어치를 제대로 알수도 없는
삼성생명주식 4백만주를 주고서는 부채 2조8천억원을 모두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흥분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삼성생명주식 4백만주가 아니라 2조8천억원"
이라며 "삼성은 처음 발표한대로 2조8천억원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