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주가 우선 경영바람이 불고 있다.

IMF 체제이후 새로운 경영 풍속도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이제 주가수준이다.

주가가 얼마냐에 따라 기업 경영을 잘 했느냐, 못했느냐가 판가름난다.

미국식 주주우선 경영 원칙이 국내 기업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가 수준을 계열사 경영평가시 최우선하는 대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주가가 오르면 기업가치가 올라가 주주들이 이익을 얻을뿐 아니라 자금조달
이 쉬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 사주를 갖고 있는 종업원들도 혜택을 볼수 있다.

주가 우선 경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IR(투자설명회) 개최는 물론 주주통신문 발송, 인터넷을 활용한 경영정보
공개, 사업장 견학 등의 수단이 동원된다.

주가 우선 경영의 대표적 기업으로 들수 있는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계열사 경영실적 평가시 주가수준을 중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주가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다.

최고경영자나 최고재무담당임원(CFO)들이 나서 국내외 기관투자가나 증권사
의 기업분석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에서다.

경영 현황과 비전을 밝혀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투자를
유도, 주가를 높이자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 경영평가시 주가가 차지하는 점수는 1백점 만점에 30점(30%)
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관 삼성물산 등은 최근 국내외 IR을 열고 고위경영진이
경영현황과 전망을 설명했다.

또 삼성 전 상장사들은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 컴퓨터로 일일 자사 주가
동향 정보를 전임직원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위해 대부분 계열사들은 주식전담팀을 최근 구성했다.

제일모직이나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은 전 주주에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
통신문을 보내 경영전망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도 최근 최고경영자가 주가의 중요성을 인식, 주가 우선 경영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이 올해 현대차 싯가총액을 현재의 약 4배인
50억달러(6조원)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자동차는 수익성 극대화로 주가 수준을 높여 싯가총액을 늘림으로써
주주들이 이익을 볼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에도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현대는 또 주가가 현재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 적정 수준으로 올릴수
있도록 투자설명회 개최 투자자 공장견학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LG화학은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연차보고서(애뉴얼 리포트)를 대폭 손질,
해외 투자자들이 신뢰할수 있도록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경영내용을 상세히
공개하기로 했다.

LG전선도 기업설명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한편 애뉴얼 리포트와 팩트 북을
통해 경영의 세밀한 사항까지 투자자들에 밝힐 방침이다.

포항제철은 주요 경영진이 직접 해외 대형 외국인 투자가를 방문해 경영
활동을 일일이 브리핑해 주는 "업데이트 미팅제"와 "컨퍼런스 미팅제"를
도입했다.

포철은 또 본사와 공장에 투자자들 모임방인 "IR룸"을 개설해 국내 투자자들
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K(주)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홈페이지와 전자메일을 통해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지사를
이용한 해외 투자설명회도 수시로 열고 있다.

(주)코오롱은 아예 주주 전용선인 핫라인을 개설해 운용중이며 최근
1년간의 경영현황을 담은 애뉴얼 리포트를 선진국 수준에 맞게 대폭 보완
했다.

코오롱상사는 그동안 영업비밀로 분류됐던 경영내용까지 과감히 공개키로
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한 관계자는 "주가 우선 경영은 기업 경영 패러다임을
과거 "몸집 늘리기"에서 "수익성과 주주이해" 중심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영투명성도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