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밤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도 이미 지난 6월말에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하루중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돌고 습도도 70%가 넘어
동남아시아의 마른 더위보다 참기가 힘들다.

특히 장마중에는 인체가 열을 제대로 발산시킬 수 없어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쉽게 짜증을 내게 된다.

게다가 햇볕을 볼수 없어 정서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해 진다.

홍명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수영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성공적인 여름나기 요령을 알아본다.

<> 장마와 인체생리 =인간의 최적생활온도는 섭씨 18도.

장마철에는 대개 30도를 웃돌아 체내의 전해질대사 호르몬균형 신경계균형
등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속도가 더뎌지면서 병원균 등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능력도 떨어진다.

흐리고 추적추적한 날씨가 계속되면 감정상태가 우울해 진다.

장마로 일조량이 감소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밤이나 겨울철에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멜라토닌은 수면유도및 진정효과를 나타내는 반면 우울증을 유발한다.

습한 날씨는 관절염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장마철에는 기압이 20헥토파스칼 정도 낮기 때문에 관절내 혈액순환이
장애를 받는다는 게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장마로 생기는 기압저하가 매우 미세해 전적으로 그 때문만은 아니다.

찌푸린 날씨에서 비롯된 심리적 위축과 비로 인한 체온 저하가 겹쳐 관절
주위 근육을 뭉치게 하기 때문에 통증이 심해진다는 설명이 좀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쾌적 컨디션 유지 비결 =습기를 제거하는게 최우선이다.

방바닥을 덥게 하거나 난로를 피우면서 동시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이용해
오전 오후 각각 30여분씩 방안의 습기를 강제로 내보내면 매우 효과적이다.

백열등이나 조도가 높은 형광등으로 실내조명을 밝게 하는 것도 좋다.

기분이 한결 가벼워져 우울한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마음을 편하게 갖고 가벼운 운동으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리도록
한다.

체내의 신진대사와 호르몬분비 등이 장마로 크게 저하되기 십상이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관절통 근육통 등이 심해지면 소염진통제를 먹어야 겠지만 심하지 않으면
가벼운 찜질이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으로도 불편감이 많이 개선된다.

지나친 냉방을 피해야 한다.

오히려 감기에 걸리기 쉽다.

특히 선풍기나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 자거나 취중에 비를 맞고 노천에서
자면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

<> 여름철의 음식섭취 =체온이 올라가고 땀을 많이 흘리면 자율신경계의
식욕자극 중추가 억제돼 위장기능이 저하된다.

또 몸에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들은 찬 음식만 찾다가 배탈이 나기
쉽다.

여름철만 되면 잃은 원기를 되찾기 위해 기름진 보양식을 찾기도 하는데
보신탕 삼계탕 등 각종 보양식은 지방질 섭취능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소화가
안돼 배탈을 일으키기 쉽다.

한방개념으로 체질에 맞지 않을 경우 역효과를 낸다.

이보다는 비타민 단백질 무기질을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토마토나 수박같은 여름철 과일이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이
좋다.

여름철에는 단백질도 많이 섭취하는게 좋다.

돼지고기 같은 냉성 육류보다는 소고기등심 등 미온하고 단백질이 많은
육류가 여름에 좋다.

녹두죽이나 녹두 빈대떡은 입맛을 돋우고 열을 내리며 풍부한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유익한 여름음식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여름에는 식초 생강 마늘 겨자를 많이 먹어 식욕을 돋우고 배를
냉하지 않게 해야 한다.

맥문동 오미자 인삼을 2대 1대 1로 섞어 끓여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마시면
좋다.

생맥산과 구기자차 오미자차 등은 식욕과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