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지기 쉬운 수학과 친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소설과 함께 수학의 역사를 탐험하는 "앵무새의 정리"(드니 게디 저, 문선영
역, 끌리오, 전3권, 각권 7천원)가 출간됐다.

파리8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추리 소설의 그릇 속에 수학의 주요
개념과 2천여년에 이르는 수학의 장대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담은 책이다.

수학이란 알맹이에 설탕을 덧입힌 당의정인 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파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리슈씨.

수세기동안 풀리지 않고 남아있던 수학의 정리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는 옛
친구의 편지를 받은 그는 친구가 갑자기 사망하자 세자녀, 서점 여직원,
앵무새와 함께 친구의 죽음을 추적한다.

실마리는 친구가 보내온 수많은 수학 책들 뿐.

리슈 일행은 방대한 수학 서적을 탐독하며 수의 탄생에서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긴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림자를 이용해 피라미드의 높이를 계산한 탈레스, 피타고라스학파의
학자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입으로만 내용을 전달한 사연, 지난 97년에서야
증명된 "페르마의 정리" 등 수학사에 남아있는 수학적 업적과 흥미로운
일화들이 소개된다.

종교적 편견과 음모로부터 시달리던 수학자들의 생애와 진리를 향한 열정이
추리 소설의 긴박함 속에 녹아들어 있다.

이야기는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앵무새가 마피아에게 납치되면서
막바지로 치닫는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수학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얼핏 간단해 보이는
수학 공식 하나에도 심오한 철학과 자연의 법칙이 스며있음을 알고 감탄하게
된다.

도형과 수식을 마주하고 벌이는 지적 게임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