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등 소매업태간의 "영역파괴"가 치열하다.

할인점이 패션의류를 팔자 백화점은 식품매장을 할인점식으로 재단장했다.

할인점은 쇼핑편의 대신 싼 가격을, 백화점은 상품가격은 비싸지만 양질의
서비스와 만족감을 주겠다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업체간 매출경쟁이 가열되며 업태를 무시한 전방위적인 판촉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영역파괴"의 진원지는 할인점이다.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는 최근 대형 가전제품에 대해 무료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가격이 싼 대신 현금으로 사고 물건도 직접 가져가라는 할인점의 운영원칙
과는 맞지 않는 판촉기법이다.

신세계백화점의 E마트는 고급의류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꼴레보이 쁘렝땅 키이쓰 기비 등 여성 캐주얼의류는 물론 파크랜드같은
신사복의 판매도 시작했다.

할인점의 경우 속옷 등 단품 의류를 취급하기는 했으나 고급 아동복이나
버버리 같은 패션의류를 판매하기는 이례적이다.

<>셔틀버스 운행 <>판매원의 다수배치 <>낱개 판매 <>대형 수박이나 배추
등을 쪼개서 파는 소분판매 등도 한국적인 현상이다.

할인점이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자 백화점들은 지하식품매장을
할인점 스타일로 변화시켜 맞대응하고 있다.

편의점들도 할인점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덕용판매"를 늘리고 있다.

라면을 5개씩 묶어 값싸게 판매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동일상권내에서 여러 종류의 업태가
경쟁을 하다보니 서로간의 특색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측도 "할인점 운영이 정착되면서 소비자들의 쇼핑편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영업정책이 바뀌고 있다"며 "할인점이 백화점을 닮아가기
보다는 백화점이 더욱 고급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 김인호 과장은 "할인점은 기본적으로 가격인하
에 촛점이 맞춰져야 하지만 대기업간의 매출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업태간의
차이점이 모호해졌다"며 "앞으로도 출혈경쟁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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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은 업태별 타깃 명확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소매업태간의 구별이 명확한 편이다.

할인점의 경영원리는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주장했던 상시할인판매
(EDLP;EveryDay Low Price)로 요약된다.

땅값이 싼 교외에 창고형 건물을 짓고(부동산비용 절감), 판매직원을 없앤
셀프서비스(운영비용 절감)와 대량구매(제품원가 절감)를 통해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물건을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반면 백화점은 고급제품을 한자리에서 원스톱쇼핑을, 편의점은 집 근처에서
다양한 상품을 24시간 살 수 있는 편의를 줌으로써 비싼 가격의 핸디캡을
상쇄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업태별 타켓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주말쇼핑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등으로 업태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