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하면 한국을 연상하게끔 세계적인 특성화 상품으로 키우겠습니다.
김치에 못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가 될겁니다"

억대 연봉 생활을 마다하고 부친의 사업을 돕기 위해 낯선 분야로 진출한
"유자나라(주)"의 김오정(39) 사장.

김 사장은 요즘 차 이외에는 용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유자를
다종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밤을 낮삼아 일하고 있다.

유자가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김 사장의 설명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유자하면 통상 유자차를 떠올리지만 유자나라의 손을 거치면 "천의 얼굴"로
둔갑한다.

껍데기는 차 분말을 만들고 씨는 기름을 추출, 에센스 오일로 사용된다.

하얀 부분은 음료수로 이미 개발된 미에로파이브가 된다.

타먹는 유자차인 "유자정"이나 보습과 미백효과가 뛰어난 피부미용비누
"스텐-바이", 향수 원료로 쓰이는 "에센스 오일" 등은 이렇게 해서 상품화
됐다.

더 나아가 숙취해소음료 사탕 향수 등으로도 쓰임새가 가능하다.

유자나라측은 유자를 6가지 성분으로 분리, 추출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20여가지 상품을 더 내놓는다는 일정이다.

유자나라는 이들 제품의 양산하기 위해 10억원대 고가 설비를 유럽에 발주
했다.

지금은 농촌형 벤처기업가로 변신했지만 원래 김 사장은 다국적 컴퓨터
업체인 인터그라프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컨설턴트였다.

그러다 지난 97년 6월 전남 진도에서 유자농장을 하던 부친이 일손을 도와
달라고 하자 고심끝에 사표를 던졌다.

그가 본 가능성은 단순했다.

유자의 상품성이 무궁무진한데다 한국이 전세계적으로 최고 품질의 유자
생산국이라는 점이었다.

실상 유자는 한중일 3국에서만 생산되고 그중에서도 한국산의 품질이 가장
좋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특히 오는 2003년부터는 인조향의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에 유자 같은
천연향의 시장성이 밝으리라는 것도 김사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큰 몫을 했다.

김 사장은 곧바로 귀국, 진도 농장옆에 가공공장을 짓고 서울에는 판매
조직을 구성했다.

농장과 공장, 마케팅을 함께하는 세계유일의 유자전문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수도권 지하 연립주택으로 이사할 만큼 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사업에 착수한지 1년여.

유자나라는 아직까지 외부에 매출을 말할 정도는 못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만만하다.

특히 내수보다 수출에 더 관심이 많다.

판매초기여서 아직 국내 매출은 미미하나 해외쪽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식품전시회에서는 유자나라 부스에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일본 업체는 선뜻 5백만달러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제 업계에서 "유자박사"로 통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자에 대해 그만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스스로 "산업 스파이"를 자처하며 틈만나면 외국출장을 나간다.

도움이 될만한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2001년엔 유자나라를 코스닥에 상장시켜 한국형 벤처농업이
뭔지 보여 주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