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엔고파도가 몰려온다"

국제금융가에 엔강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엔가치를 억지로 낮은 수준에 묶어두고 있지만
엔강세가 대세라는데 이의를 다는 외환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오는 3.4분기말부터 본격적으로 상승, 연말에 달러당
1백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5년의 달러당 80엔선의 "슈퍼엔고"에는 못미치지만 제2의 엔고시대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엔고와 더불어 엔-달러-유로의 세계3대 통화 위기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로가치가 엔과 달러에 대해 급격히 하락, 미국 일본 유럽 등 G3(선진 3개
지역) 통화들간의 세력균형이 깨질 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G3 환율 불안론"이다.

엔고및 G3 통화위기론은 독일 도이체방크의 아.태지역담당 수석연구원
케네스 커티스에 의해 촉발됐다.

그는 외환시장의 최근 분위기는 단연 엔강세라고 단언한다.

비록 일본은행이 엔화매각.달러및 유로화매입의 시장개입을 통해 엔강세
기조를 누르고 있지만 인위적인 엔약세정책은 오래 못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커티스 뿐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경제뉴스 전문 언론은 외환전문가
10명중 4명꼴로 엔강세를 점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엔고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연말이나 내년초에
제2의 엔고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엔고전망 근거는 설득력이 있다.

우선 일본이 지난 한달동안 5번이나 시장에 개입한 사실은 엔고를 예고해
주는 움직일수 없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엔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들어가고 있지만 "결국
에는 시장세력에 지게 될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과거 시장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냈지만 대세를 바꾼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프루덴셜증권의 저명한 외환전문가 랄프 아캄포라는 "시장개입이
없었다면 엔화는 지금쯤 달러당 1백13-1백15엔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엔화는 6일 도쿄시장에서 1백22선에서 거래됐다.

엔고전망의 근본적인 재료는 일본경기회복세다.

일본경제는 지난 1.4분기중 1.9%의 성장률로 6분기(1년반)만에 플러스성장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지난달 4.6%를 기록, 전달(4.8%)보다 떨어졌다.

기업들의 경기체감지수도 호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경제는 작년 4.4분기의 6.1%를 꼭지점으로 성장률이 3-4%
대로 둔화중이다.

독일과 프랑스등 유로존(유로화 도입국) 경제는 성장세가 미미하다.

1.4분기 성장률이 0.4%로 사실상 침체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엔화는 오르지 않을수 없다.

외국인들이 일본증시에 물밀듯이 들어가고 있는 것도 엔고를 점칠수 있는
요인이다.

지난 5일 현재 외국인들의 일본주식보유량은 도쿄증시 전체물량의 14.1%로
일본은행들의 주식보유량(13.7%)보다 많다.

주식보유량에서 외국인이 일본은행들을 능가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경제의 2.4분기 성장률이 발표되는 오는 9월께 외국인들의
일본주식 매입열기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 엔화오름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후 엔화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달러당 1백엔까지 간다는 것이다.

엔화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급등, 유로당 1백25엔선인 엔화시세도
그때쯤 유로당 1백엔 안팎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관련 유로화가치는 엔은 물론 달러화에 대해서도 급락, "1유로=1달러"
벽이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유로당 1.03달러 수준인 유로화가치가 연말께 유로당 1달러 밑으로
내려갈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달러가 엔화에 대해서는 약세이나 유로화에는 강세를 띤다는 의미다.

결국 올 연말 3대통화 세력판도는 "엔 강-달러 중-유로 약"이 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그 이후의 3각환율 움직임이다.

예상대로 연말에 엔고가 나타나면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약해져 엔화는
다시 약세로 반전, 엔저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경우 엔화환율은 2년후쯤 달러당 1백30엔이상으로 치솟아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