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1,000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불과 1년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의 늪에 빠져 절망적이었을 때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네자리 주가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밀레니엄시대"와 장단이라도 맞추려는듯 주식시장에
"밀레니엄 주가시대"가 열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6일 전날보다 26.59포인트 오른 989.43에 마감됐다.

지난달말 883.00을 기록한 이후 4일(거래일수 기준)동안 무려 106.43포인트
나 상승했다.

작년말과 비교하면 75.91% 오른 것이다.

<>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시프트 =밀레니엄주가는 은행예금에서 주식으로의
"패러다임시프트"를 배경으로 한다.

회사채수익률로 대표되는 시중실세금리는 연 8% 안팎에서 7개월이상 안정된
상태다.

한자릿수의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중자금이 채권과 은행예금에서 이탈,
주식으로 몰려들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

고객예탁금이 8조4천억원에 달할 정도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올들어 6월말까지 25조원가량 늘어났다.

7월들어선 유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자릿수 금리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관망하던 법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탓이다.

앞으로 연말까지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추가로 주식형 수익증권에 유입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가상승이 시중자금을 불러들이고 추가유입된 자금이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자본의 자기증식현상으로 증시는 활황을 지속했다.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름세를 지속한
것도 이같은 자본의 자기증식 때문이다.

<> 증시활황이 경제를 살렸다 =주가상승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들어 6월까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20조원이 넘는다.

작년 한햇동안의 13조원보다도 훨씬 많다.

하반기에도 20조원 가량이 새로 조달될 전망이다.

주식발행을 통해 값싼자금을 조달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12월결산법인의 상반기 순이익은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연간으로는 12조~15조원에 달해 "단군이래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이익이 급증함에 따라 경기도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5.8%를 기록한 후 올 1.4분기에는 4.7%에
달했다.

연간으로는 6~7%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주가가 오르고 또다시 주식발행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기대되고 있다.

90년대 미국경제의 호황을 가져온 "신경제학"이며 "주식자본주의(Stock
Capitalism)"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증시의 구조변화 =종합주가지수가 89년4월(1,007.77)과 94년11월
(1,138.75)에도 1,000을 넘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증시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장세를 주도한데 비해 지금은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장세다.

투신은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서해안 총격사건이 났을 때도 주가는 투신사의 매수세에 힘입어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로 인한 주가차별화도 새로운 현상이다.

중소형주가 급등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우량주가 특히 많이 올랐다.

주가는 올랐지만 "먹은게 없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 자산운용 패턴의 변화 =밀레니엄 주가시대는 자산운용 쪽에서 보면
"저축의 시대"에서 "(주식)투자의 시대"로 바뀐 것을 뜻한다.

홍성국 대우증권 법인부 차장은 "밀레니엄 주가시대를 앞두고 은행예금 등
저금리.확정수익률 상품에서 주식쪽으로 자금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샐러리맨을 비롯해 가정주부나 농부,공사판 노동자와 단란주점 종업원까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국민의 주식투자자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중산층이 튼튼한 것은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을 불렸기 때문
이다.

반면 일본 중산층이 명백을 잇기 힘든 지경에 빠진 것은 주식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96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IMF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에서 중산층이
무너진 것도 주식투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는 주식이 자산운용의 중심이 된만큼 서민층의 중산층화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밀레니엄 주가시대의 주가전망 =주가는 간간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남우 삼성증권 리서치담당 이사는 "PER(주가수익비율)나 ROE(자기자본
이익률) 같은 지표로 볼 때 지수는 올해중에 사상최고치(1,138)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도 "종합주가지수 1,000은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단언한다.

"올해말에 1,200까지 상승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인다.

변형 한국투자신탁 사장도 "지수가 연말까지 1,3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일시적으로 1,000선을 돌파할 수 있지만 조정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될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온 실장은 "풍부한 자금의 힘으로 밀려올라가는 장의 특성상 이 기조가
무너지면 주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 투자전략 =주가가 이렇게 오른다고 해서 무작정 달려들다가는 ''패가망신''
할 수도 있다.

올들어 투신과 외국인에 의한 ''쌍끌이/차별화장세''가 펼쳐지며 개인투자자들
은 지수상승 속에서도 엄청난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밀레니엄 주가시대에는 ''프로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개인들이 밀레니엄 주가시대를 요령있게 살아가는 방법은 간접투자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 주식형 수익증권에 가입한 사람은 평균 60% 가량의
수익률을 누리고 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