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복사지나 볼펜, 컴퓨터 디스켓 등의 소모품은 원가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는게 보통이다.

품목별 단가가 낮은데다 구매횟수도 잦아 일일이 신경쓰기가 힘들기 때문
이다.

여사원이 필요할 때마다 인근 문방구에서 사오는 등 관리도 주먹구구식이다.

인터넷은 이처럼 조그마한 빈틈도 놓치지 않는다.

필요한 물량을 그때그때 클릭해 주문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통해 구매관리
도 손쉽게 이뤄져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LG유통(www.lgmart.co.kr)이 최근 신규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운영자원 관리
대행업(ORM:Operating Resource Management)은 인터넷을 이용한 기업간
거래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각종 비품이나 소모품 관리를 인터넷을 통해 대신
관리해 주는 것이다.

볼펜 하나를 사는 것부터 사무실로 배달까지, 또 날짜별 주문자별 사용량
통계 등도 클릭 한번으로 해결한다.

LG유통이 ORM사업에 뛰어든 것은 무엇보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로 기업의
운영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김명득 인터넷사업팀장은 "어지러운 유통질서 때문에 생기는
비효율성을 없애고 대량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면 각종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무용품의 경우 신상품이 개발된지 3~4개월후면 수많은 복제품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절반 가량 폭락하는데도 국내 기업들은 이를 원가관리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소량 다품목의 특성상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의 문구도매상들이 경영진 등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내세워
납품하고 있는 것도 비용절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LG유통측은 ORM사업을 통한 구매관리대행으로 이러한 거품을 없애 기업들의
비용을 최고 44%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각종 원가요인중 구매업체 관리업무(12%), 구매단가(5%), 재고비용(4%)
등에서 조금씩 비용을 줄임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ORM의 프로세스는 크게 8단계로 이뤄진다.

고객기업의 수요부서가 LG유통의 홈페이지에 들어와 필요품목을 주문한다.

LG는 이 내용을 주문처의 결재권자에게 이메일로 보내 승인을 얻은 후
주문받은 물품을 배송해 주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므로 모든 거래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일정간격
으로 고객기업에 보내진다.

해당업체의 최고경영자는 이를 참고해 어느 부분에서 낭비가 심한지까지
알 수 있다.

LG유통이 ORM사업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현재 11가지다.

볼펜 스탬프 바인더 등 사무용품은 물론 명함 유니폼 판촉물 화환배달 생수
서적까지 거의 모든 품목이 포함된다.

김 팀장은 "지난 5월말 사업을 개시한 이후 현재 앤더슨컨설팅
디지틀조선일보 천재교육 등 6개사와 계약을 맺었다"며 "주로 외국계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통의 B to B(Business To Business)사업에서 또다른 축을 이루는 것은
비딩(bidding), 즉 인터넷 경매다.

인터넷상에서 기업끼리 경쟁입찰을 시켜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이다.

LG유통은 올해초 처음으로 비딩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총 22개 아이템을
경매방식으로 구입해 10억여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인터넷 경매는 이같은 구매원가의 절감을 비롯 구매관련 업무를 단순.투명화
하고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인터넷 경매는 원래 LG유통이 필요한 소모품을 싼값에 공급받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를 신규사업인 ORM사업과 연계시키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김 팀장은 "각종 사무용품을 인터넷 경매를 통해 공급받고 이를 ORM사업의
고객기업들에 저가로 판매하면 여러회사가 공동의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LG유통은 현재 각종 기술적인 문제로 제한적인 경쟁입찰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대상을 전세계로 확대해 우수상품을 저가에 공급받는 글로벌소싱
(Global Sourcing)을 실현할 계획이다.

LG유통은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유통전문업체다.

이회사가 전자상거래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97년말이다.

이후 브랜드이미지(BI)로 숍포인트(www.shoppoint.co.kr)를 개발하고
본격적인 사이버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들어서는 인터넷 경매, ORM 등 각종 B to 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자매사인 LG캐피탈과 LG그룹 쇼핑몰을 위탁운영하는 등 본격적인 사이버
쇼핑 전문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