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계의 최대 행사인 오페라 페스티벌이 예술의전당과 민간오페라단간의
불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확정된 가을 페스티벌(9월25일~10월10일)에는 예술의전당과 1개 민간
오페라단만 참여, 진정한 "축제"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파우스트의 파멸", "라보엠"을 준비하고 국제오페라단은
"나비부인"을 무대에 올릴 예정.

지난 5월 봄 페스티벌에 이어 예술의전당만의 반쪽 페스티벌에 그치게 됐다.

지난해 첫 페스티벌에서는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1억7천만원의 흑자를 냈다.

문제는 예술의전당과 민간오페라단간에 조성된 불신감.

"예술의전당이 연출자 지휘자등을 선정하는 데 전횡을 일삼는다",
"민간오페라단이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며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식의 감정싸움이 생겨났다.

결국 지난 봄시즌에는 제대로 된 그랜드오페라를 민간오페라단이 하나도
제작하지 않았다.

예술의전당만 윤이상의 "심청"과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을 올렸을
뿐이다.

대중적인 오페라부파(희극)인 "사랑의 묘약"마저 이런 침체된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관객동원에 실패했다.

가을 시즌에도 예술의전당이 두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예산만 충분하다면 1년에 4작품 정도를 예술의전당이 기획해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올해 오페라페스티벌 예산은 3작품 정도로 짜여졌다.

당연 무리가 따르게 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업무부담이 커져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오페라 페스티벌이 1년에 두차례 열리는 데도 상당수 오페라단이 다른
기간에 작품을 올려 페스티벌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어렵게 기획된 오페라 페스티벌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지난해처럼
예술의전당과 민간오페라단이 공동제작을 해 시너지효과를 찾는게 낫다는
지적이다.

독립적으로 제작하더라도 최소한 2개작품은 민간오페라단이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음악계 인사들의 고언이다.

기금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진흥원이 이런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