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가들 사이에는 먼저 내수 시장에서 강력한 발판을 마련한 다음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창립
이전부터 그것은 퇴보적인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업체인 와디아디지털
(Wadia Digital)의 초대 최고경영자인 돈 모세(Don Moses)씨의 말이다.

모세는 와디아디지털이 세계 오디오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창업 초기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세계화 전략을 꼽았다.

애국심에 의존한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와디아디지털의 공동 창업자들은 사업계획을 잡을 때부터 수출목표를 28%로
설정했다.

그들은 더 많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했지만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춘 목표다.

와디아디지털은 창업 초기부터 국내 시장보다 세계화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국은 단지 많은 시장 중의 하나로만 생각했다.

그들은 먼저 세계화를 위해 그들 제품을 세계시장에 유통시켜 줄 선도적
유통업체를 영입해야 했다.

그래서 창업도 하기 전에 시카고에서 열린 "가전제품 쇼"를 참관했고
첫 해외시장 진출에서 놀랍게도 독일 최고의 유통업체를 포함하여 6개의
유통업체로부터 구매 요청을 받아냈다.

또 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신제품의 개발과 함께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그 결과 초기 5년 동안의 수출액이 총매출액의 70~80% 정도를 유지했으며,
창업 6년만에 일본은 물론 러시아와 베트남 등 40여개국의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와디아디지털의 이런 성공 뒤에는 5가지 세계화 전략이 숨어 있다.

첫째, 최고의 유통업체를 거래처로 확보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체를 마다하고 초반부터 각국의 최고 업체만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둘째, 라스베이거스와 시카고에서 매년 열리는 전자쇼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전자쇼는 신생기업인 와디아디지털에게 우수한 유통업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것도 최소의 비용으로.

셋째, 가능하면 많은 무역상과 대면 접촉을 갖도록 노력했다.

그들은 세계 각국에 직원들을 보내 기존의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다.

넷째, 최고의 제품만을 추구하여 와디아디지털을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섯째, 신제품을 계속 개발했다.

그들은 지난 92년 매출액 중 무려 82%가 1년전에 생산한 제품에서
얻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다시 7개의 신제품과 기존의 것을 개선한
2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위와 같은 세계화 전략은 와디아디지털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공하게 이끈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들은 세계시장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실시했기 때문에 항상
앞선 기술과 영업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디아디지털의 성공사례는 우리 벤처기업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특히 WTO 체제의 출범으로 문호가 개방되고 IMF 구제금융 이후 개방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MF시대의 벤처창업자에게는 무엇보다 국제무역환경에 대한 적응능력
과 개방화에 따른 생존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더욱이 세계화.개방화의 조류가 벤처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의 아이템은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미래 성장시장
의 상품인 경우가 많고, 지나치게 기술의 진보속도가 빠르다 보니 초반
국내 영업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영환경은 대기업 위주이고, 외화고갈에 따른 고환율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벤처창업자는 호연지기를 갖고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광운대 창업지원센터 전문위원.엠케이컨설팅 대표
stealth@daisy.kwangwoon.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