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 길레스 플레트뇨프를 잇는 러시안 피아니즘의 샛별.

이제 막 서른을 넘긴 보리스 베레초프스키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그가 2년만에 다시 한국무대에 선다.

1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건반위의 젊은 사자"가
포효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별명은 건반이 부서질 듯한 강렬한 터치와 열정적인 연주스타일 때문에
붙여진 것.

지난 97년 첫 내한공연때 관객들은 그의 포르테에 적잖이 충격받았다.

오케스트라도 아닌 피아노 한 대의 소리가 콘서트홀을 꽉 채우고도 남았기
때문.

그저 꽝꽝 내리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테크닉을 구사했는지 투명하고도 맑은 포르테에 관객들은 그저
숨죽이는수 밖에 없었다.

베레초프스키는 모스크바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지난 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가진 그의 국제무대 데뷔콘서트에서 "장래가 확실히
보장된 피아니스트"란 극찬을 받은 지 2년만의 쾌거였다.

이후 그는 베를린필, BBC방송교향악단,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 모스크바필
등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바딤 레핀, 줄리안 라흘린, 드미트리 지트코베트스
키 등과 함께 실내악 연주에 힘을 기울였다.

또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첼리스트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등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했다.

서로 깊은 우정을 쌓고 있는 이들은 차세대 러시아음악계를 이끌 대표주자들
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날 연주회는 쇼팽서거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

"연습곡 작품10 전곡", "발라드 2, 4번", "스케르초 3, 4번" 등 쇼팽곡으로
만 꾸며진다.

텔덱 클래식에 전속돼 녹음한 쇼팽의 "연습곡"은 지난 92년 독일
음반비평가협회상을 받은 곡으로 유명하다.

강렬한 사운드 외에 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는 섬세함과 감정의 절제 등을
갖춘 연주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첫 번째 피아노소나타 음반 녹음도 94년 독일 음반비평가협
회상을 받았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그의 곡을 연주할 때면 "커다란 파도에 휩쓸리는 듯한 기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만만한 안정감과 흘러넘치는 음악성의 결정체"(그라모폰지)란 극찬을
받는 그가 어떤 무대를 꾸밀지 기대된다.

(02)543-5331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