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처리와 삼성생명 상장을 놓고 온통 시끄럽다.

시민단체와 야당에선 비난성명이 나오고 특혜시비로 여론이 들끊는다.

이건희 삼성회장 일가가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늘린데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차 청산문제로 부산에선 난리가 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방미직전 삼성차 부산공장의 정상화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했다.

정부는 연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부산공장은 계속 돌린다"며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평소와 달리 지난주에 4차례나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명에 진땀을 뺐다.

김정길 정무수석과 이용근 금감위 부위원장은 5일 부산지역 상공인들을
달래기 위해 내려간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원칙"보다 "정서"가 앞서는 느낌이 든다.

생보상장 유보는 국민정서를, 부산공장 정상화논의는 부산정서를 감안한
셈이다.

"국민의 정부"가 옷파문이후 국민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원칙까지 흔들려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금까진 제품을 만들어도 손해가 나는 공장이면 으레 문을 닫았다.

또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반장치를 갖추는데 주력해왔다.

삼성차 처리와 삼성생명 상장이 파문으로 불거지면서 이런 원칙들이 밀리는
인상이다.

금감위는 분명히 삼성차 처리방안을 놓고 삼성측이 미리 협의해왔다고
밝혔었다.

생보상장은 차치하더라도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한데
동의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얘기다.

지금와선 금감위는 주식을 장외매각할 수도 있고 채권단 손실보전에
모자라면 삼성이 더 내놓아야 한다고 발을 빼고 있다.

이헌재 위원장은 스스로 소신을 감춘 꼴이 됐다.

그는 "재벌이 제2금융권을 독식하는 폐단을 막으려면 공개법인으로 투명화
하는게 낫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공론화를 통해 신중히 처리한다", "기존주주에게
특혜는 없다"는 식이다.

구조조정이 금감위 바깥(관계장관회의)으로 삐져 나오면서 변질해가는
양상이다.

금융계에선 삼성생명 상장이 "1타4매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생보상장이란 10년 묵은 과제를 풀고, 삼성차의 부채를 처리하며, 대우의
구조조정(교보생명 지분매각)을 앞당기고,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넣을때
회수가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불투명해진 대신 삼성차 부산공장은 무조건 굴러가야
하는 셈이 됐다.

이러다간 모든 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