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진행됐던 차관급회담은
수석대표간의 단독접촉까지 벌였으나 끝내 결렬됐다.

이로써 빠른 시일내에 남북간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무산됐으며 정부 당국간 남북대화채널도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북한의 태도는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여전히 체제수호의 "사활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북한 권력층과 군부에게 서해교전에서의 패배는 상상 이상의 충격
이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비료에 대해선 여전히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회담 자체는 성과없이 끝났지만 우리에게 준 교훈은 적지 않다.

우선 정부의 대북협상 전략에선 다소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북측과의 사전합의에만 무게를 실어 서해교전사태 이후 북한의
태도변화에 안이하게 대처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상 대화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하더라도 단 한번의 "총성"
으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상호주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비료 10만t을 지원하면서 "먼저 주고,후에 받는다"는 "신축적
상호주의"를 천명했다.

그러나 서해교전사태 이후 금강산 관광객이 억류되는 돌발상황이 생기자
정부는 "경직적 상호주의"로 슬그머니 돌아섰다.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없이는 2차비료지원 없다"(임동원
통일부 장관)는 방침이 그것이다.

국내 여론을 감안했을 때 이는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북한측
에겐 "상호주의"를 트집잡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상호주의"에 대한 명확한 원칙은 앞으로의 협상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남북 당국은 이번 차관급 회담의 결렬로 일단 내부 추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한은 회담 재개를 위한 여론 등 국내적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려야
하며,북한 역시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냉각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료에 대한 북한의 절실함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대화재개 제의에 북측이
극적으로 호응해올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러나 현재 당국간 공식적인 채널이 막혀버린 점을 감안하면 대화가
재개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당국간 대화는 일단 "비공개 채널"을 복원한 후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