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1일 중국 베이징 차이나 월드 호텔에서 2차 차관급 회담을
열었으나 북측이 서해교전문제에 대한 기존입장을 반복한데다 "월간조선
(7월호)"에 실린 황장엽씨 인터뷰기사를 문제삼아 아무런 성과없이 회담을
끝냈다.

남북 대표단은 추후 전화접촉을 통해 다음번 회담날짜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서로의 입장차가 커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남측 대표단은 이날 회의에서 매월 1~2차례씩 1백명 정도의 이산가족을
상봉시키고 첫 상봉은 9월 중순경으로 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은 그러나 서해교전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재차 요구했다.

북측은 특히 추가 비료지원분 10만t의 대북 수송계획을 조속히 통보해줄
것을 요구하며, 첫번째 수송이 시작되는 날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남측은 비료 수송계획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만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북측의 성의있는 태도변화가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남측 대표단은 또 민영미씨 억류사건과 관련, 북측에 금강산 관광객의
신변안전문제를 제기했으나 북측은 "차관급회담에서 다룰 성질이 아니다"며
언급을 거부했다.

회담이 성과없이 종결될 무렵, 북측은 수석대표간의 접촉을 제의했고 남측이
이에 응하자 박영수 북측단장은 미리 준비한 성명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황장엽의 서해사건 전화인터뷰 내용은 북한체제를 모독한 것"이라고 주장한
후 회담을 끝냈다.

회담 직후 양영식 남측 수석대표는 "북측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담에 진전이 없었다"며 "회담을 결렬로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무작정
기다리지만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측 대표단은 이날 회담의 진행상황을 본국 정부에 전달한 후
훈령을 받아 북측과 추후 회담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회담 전망 =북측이 비료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확인됐으나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선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북측은 2차 비료지원을 먼저 해줄 것을 요구, 이산가족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야 한다는 우리측 주장과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표단은 아직 회담 결렬로까지는 보지 않고 있지만 조기에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월간조선에 게재된 황장엽씨 인터뷰 요지 =비겁한 김정일은 전쟁 못한다.

이번 도발은 김정일이 직접 비준해서 한 것이며 이 정도 사건은 북한에선
일상사다.

김정일은 절대 반격하지 못한다.

더 세게 나가야 한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