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과 흙을 튕기며 비탈길을 박차고 올라가는 모습이 한마리 야생마와
같다.
오프로드(OFF ROAD) 드라이버.
그들은 길 없는 길을 간다.
도심의 밋밋한 아스팔트 길을 벗어나 자연속을 내달린다.
울퉁불퉁한 자갈길, 경사 40도가 넘는 산속 비탈길, 진흙탕길...
그들에겐 모두 도전하고픈 유혹이다.
미식가들이 음식맛을 즐기듯이 오프로드 드라이버들도 다양한 험로에서
짜릿함을 만끽한다.
웨딩숍 카메라기사인 조훈(33)씨는 92년 오픈 지프를 보자마자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지프로 바꿨다.
"힘찬 엔진소리와 투박한 모습에 한눈에 반했어요"
그가 모는 지프는 92년 코란도.
벌써 8년째 조씨와 함께 산과 들을 누빈다.
조씨는 4x4전문클럽 코리안스클럽 회원.
매주 동호인들과 오프로드길에 나선다.
탱크훈련장 유명산 몽산포해변 등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산비탈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차가 힘에 부쳐 부르릉 떨 때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요. 이땐 차와 제가 한몸이 되는거죠"
코리안스클럽 동호인인 홍택준(31)씨도 지프에 푹 빠진 마니아.
정비는 물론 페인팅도 자기 손으로 할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차체에 손상이라도 생기면 자신이 다친 것마냥 마음이 아프다.
그렇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차를 아끼지 않는다는 게 홍씨의 신조.
일단 오프로드길에 나서면 험한 길이라도 과감하게 치고 올라간다.
홍씨는 한동안 혼자서 오프로드를 다녔지만 지난 3월 사고 경험후 동호회에
가입했다.
태백의 함백산을 오르다 5m 깊이의 눈길에 빠져 3시간동안 갇혀 있었다.
간신히 빠져나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프로드길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무모한 도전은 반드시 사고를 부른다.
조씨와 홍씨는 오프로드 전날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코스를 선택할 때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
쓸데없는 경쟁심도 금물이다.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에게 가장 위험한 코스는 한밤중에 건너는 개울.
컴컴한 밤에 물속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판단할 길이 없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조씨의 경우 지난 92년 새지프를 1천2백만원에 구입한후 차관리에
1천5백여만원을 썼다.
매년 2백만원 정도가 차 정비와 안전장치 구입에 쓰인 셈이다.
험한 길을 다니기 때문에 출발 전후 정비는 필수.
게다가 차체 보호를 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입한 지 벌써 8년이나 됐지만 아직까지 멀쩡하게 잘 달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요즘 최신형 지프는 2천만원 정도로 고가이지만 중고는 3백50만~5백만원선
에서 구입할수 있다.
코리안스 클럽은 이처럼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의 모임터.
김안남(59) 회장이 지프레저 확산을 위해 89년 국내에서 최초로 조직했다.
지금은 변호사 한의사 직장인 대학생 등 회원 2백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클럽내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소그룹이 존재한다.
이중 30대가 주축인 오픈카 모임이 가장 활발하게 오프로드를 즐긴다.
새로운 코스 탐색을 위해 그들은 일과가 끝나기 무섭게 석양을 등지고
산과 들로 떠난다.
오프로드길은 또다른 삶의 여정이다.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