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들의 수상공적은 일반균형이론과
후생경제학에 대한 기여였다.
일반균형이론에 관한 애로우의 논문중 대표적인 것은 1954년에 제라르드
드브루(1983년 노벨상 수상)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제시된 경제모형은 이후 애로우 드브루 모형이라 불렸고
물리학에서 뉴톤의 고전역학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논문의 주제는 아담 스미스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에 조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이래로 경제학자들은 이 주장을 논증하려고 노력해 왔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시장경제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
경제문제를 해결해 가는가하는 것이 경제학의 주된 관심사이다.
시장에서 가격이 일종의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해서 서로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균형으로 이끈다는 사실에 처음 착안한 것은 레옹 왈라스
라는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경제학자였다.
여러 시장이 동시에 이러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일반균형이라 부른다.
그러나 일반균형이 과연 존재하는지, 또 어떤 조건하에서 존재가능한지에
대한 문제는 미해결인채로 남아 있었다.
애로우와 드브루는 1951년에 각기 독립적으로 일반균형의 존재문제를
놓고 연구하다가 서로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을 알고는 공동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1954년의 논문이다.
이들은 부동점정리라는 당시 최신의 수학이론이 균형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대한 발견이 거의 동시에 여러 학자들에 의해 독립적
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는 무수히 많이 있는데, 경제학도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애로우는 균형의 존재문제뿐 아니라, 균형이 유일한가, 그리고 불균형상태
에서 균형상태로 수렴해 갈 것인가 하는 등의 연구에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균형이 과연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
성과를 이루었다.
애로우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보다도 일반균형이론이라는 분야를 정립하고
연구의 기본틀을 제시한 것이다.
이후의 경제이론논문은 모두 애로우 드브루모형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것을
보완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되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학계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1950년대 미적분정도의 수학이 사용되었으나 이제는 집합론, 위상수학과
같은 고등수학의 기법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점도 애로우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애로우는 현대 경제학에서 필요이상의 수학이 남용되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수학은 엄밀한 논리 전개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수학이 경제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애로우는 또한 훌륭한 선생으로서도 유명하다.
이론경제학의 중견학자들중 다수가 그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가 스탠포드대학에서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이론경제학워크샵은 이론
경제학의 메카가 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세미나와 토론에 열성적
으로 참여하는 그를 항상 만날 수 있다.
어떤 세미나에서든지 듣는둥 마는둥 하는 것 같이 있다가도 항상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하기 때문에 발표자가 긴장하게 된다는 일화가 있다.
김완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wjkim@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