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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30일자) 재벌 투신사 예금늘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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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제2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태세다.

    5대그룹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져 자금흐름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 증권 투신사 등의 자금운용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기업지배
    구조도 개혁하겠다는 얘기다.

    제2금융권에서 5대그룹의 비중이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투신사의 경우 5대그룹 계열 투신사가 전체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말 6.2%에서 3월말 현재 31.6%로 커졌다.

    보험 증권 투신 등 제2금융권 전체 수신에서 5대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3월말의 18.6%에서 올해 3월말에는 34.0%로 급격히 커졌고,
    자산기준으로 따져도 97년 3월말의 22.5%에서 98년 3월말 현재 34.7%로 역시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 금융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이 수신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서 "5대그룹 계열사의 제2금융권
    자금독식"을 우려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5대그룹 "독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투신업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이 업종에 진출한지 오래되지 않은 5대그룹 계열사들의 수신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결과다.

    시장의 선택, 다시 말해 수많은 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결과일 뿐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부당행위에 따른 것이 아니다.

    5대그룹 계열사 수신고 증가를 5대그룹의 자금독식을 우려해야 할 현상으로
    보는 것도 한마디로 논리에 맞지 않는다.

    5대그룹 계열 투신사는 같은 그룹 계열사의 주식매입에 운용자산의 10%
    이상을 투입할 수 없다는 제도를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만약 5대그룹 계열 투신사가 이른바 교차매입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같은
    계열사를 지원하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금융감독 강화라는
    "운용의 묘"를 통해 해결할 일이지, 제2금융권에서도 은행처럼 이사의 50%
    이상을 사외이사로 충원하고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완화하면 감사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등의 우스꽝스러운 제도개편을 시행해야 할 이유는 못된다고
    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금융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한다.

    그러나 그렇게 우려하지 않아도 좋을 제2금융권 수신고 변동상황을 근거로
    마치 5대그룹이 증시자금을 독식하는 것처럼 인식한다면 그것은 난센스다.

    그런 잘못된 정부 생각이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 일반국민과 대기업간의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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