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비자가 제품값을 정하세요"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가격과 품질이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판매점에 따라 값 차이가 나고 기능도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흔히 시장이나 백화점을 찾는다.

많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시간에 쪼들리는 직장인들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만족할만한 값을 부르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인터넷 전문업체인 마이프라이스(대표 원종필.30)는 안방이나 사무실에
앉아 원하는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www.myprice.co.kr)를 열었다.

최종 소비자와 중간상인(회원사)을 연결해주는 거래중개 사이트다.

이곳은 인터넷 쇼핑몰과는 전혀 다르다.

전시된 제품을 찾아볼 수 없고 입점업체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정보만 유통될 뿐이다.

소비자와 판매자는 각각 접속 페이지가 달라 자신의 정보를 올려놓기만
한다.

그러면 마이프라이스에서 서로에게 맞는 거래정보를 찾아 띄워준다.

원 사장은 "인터넷 쇼핑몰은 다양한 제품과 상점이 갖추고 있지만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란 점에서 기존 시장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한번 올려놓은 가격은 흥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

원 사장이 소비자를 중심에 놓고 판매자들이 모여들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운영 방식은 경매의 형태를 띠지만 일반 경매와는 정반대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응찰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구매정보를 올린 것을
보고 판매업체들이 응찰하는 것이다.

일반 경매의 경우 구매희망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이 낙찰자
로 선정된다.

반면 마이프라이스에선 소비자에게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판매업체로
낙찰된다.

이른바 역경매다.

현재 마이프라이스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컴퓨터와 신차.

다음달부터 중고차와 여행상품(항공권 호텔)이 추가로 서비스된다.

우선 소비자가 가격과 사양을 담은 구매의향서를 등록하면 마이프라이스는
회원사 홈페이지에 이 구매정보를 띄운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고객의 동의가 없으면 E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는 공개하지
않는다.

판매업체들은 자신의 ID를 입력한후 고객의 의뢰내용을 검색, 견적서
(입찰서)를 등록한다.

마이프라이스는 견적서 등록사실을 해당 소비자에게 E메일로 알려준다.

소비자는 견적서를 열어보고 가장 좋은 조건과 가격의 제품을 선택한다.

주문이나 문의는 판매회사에 직접 전화하거나 E메일을 보내면 된다.

마이프라이스는 "얼마면 사고 팔래요" 코너도 준비중이다.

이 코너에선 동일 품목에 대해 구매자와 판매자가 각각 사려는 가격과
팔려는 가격을 동시에 써내도록 한다.

마이프라이스는 양쪽의 정보를 모아 가격이 일치되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매매브로커 역할을 한다.

또 구매희망가격과 판매희망가격이 근접하면 흥정도 해준다.

품목당 7~15일 단위로 한시적으로 운영하되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 지속적인
이벤트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마이프라이스에는 현재 20여개의 회원사가 등록됐으며 한메일넷과 제휴도
추진중이다.

원 사장은 "앞으로 소비자 구매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계획"이라며
회원사와 제조업체가 마케팅 기초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리서치 리포트를
내는 방안도 구상중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전산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원 사장은 육사 전산학 전임강사로
군복무를 마쳤다.

또 96년부터 인터넷 전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개발2팀장을 맡아
시스템통합(SI)과 한메일넷 개발사업을 담당했다.

(02)3789-1596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