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한지형 잔디"(Cool season grass)와 "난지형
잔디"(Warm season grass)로 나뉜다.

한지형 잔디는 흔히 말하는 양잔디로 북방계 잔디라고도 한다.

섭씨6도에서 생장을 시작, 13~20도에서 가장 성장이 활발해 지다가 평균기온
이 25도이상 되면 생육이 어려워진다.

국내 모든 골프장의 그린에 사용하는 벤트그래스라는 잔디가 바로 한지형
이다.

짙은 청록색을 띠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여름에 약한 성질을 갖고 있다.

여름에 골프장에 가보면 그린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해발이 높은 산에 위치한 일부 골프장에서는 페어웨이까지 한지형 잔디를
사용하는데, 그 곳의 평균기온이 평지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 골프장을 둘러본 골퍼들이라면 많은 곳이 한지형으로 조성된
것에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제주 골프장의 성수기가 겨울및 봄, 가을로 여름만 잘 관리해주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좋은 상태의 코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프장을 만들때 그곳의 기후뿐만 아니라 영업전략까지 고려해
잔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난지형 잔디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한국잔디가 대표적이다.

이 잔디는 하루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이 돼야 생육이 시작된다.

6~8월 기온이 25~35도 되어야 왕성하게 생육하며 주로 남쪽 더운 지방에서
잘 자란 다하여 남방계 잔디라고도 부른다.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0월 중순께부터는 잎이 옅은
노란색으로 변하면서 겨울잠(휴면)에 들어가게 된다.

한국잔디는 가뭄 더위에 강하고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 해안
매립지에도 많이 쓰인다.

또 답압(밟는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는 등 장점이 많아 외국의 잔디육종가들
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단지 겨울철에 잔디색이 변하기 때문에 푸른 잔디를 원하는 골퍼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사철 푸르른 한국잔디 개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늦가을 안양GC에서 골프를 치던 한 미국인의 감탄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그는 주변의 단풍나무와 조화를 이룬 황금빛의 잔디가 너무 아름답다며
계절에 따라 단풍이 드는 잔디에서 계절감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잔디냐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한국잔디의 단점이 생각하기에 따라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전해지는, 우울하고 어두운 소식으로 가득찬 이
세상도 생각하기에 따라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샘 솟는
것 같았다.

< 안양 베네스트GC 연구팀장 Shkturf@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