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8~10개 대규모 자동차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글로벌
인수합병(M&A) 시나리오는 잘못된 가설이며 한국업체들은 제휴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해 성급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한국 자동차산업은 2개사 체제로 정비됐으나 한 기업은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다른 기업은 전략 제휴를 통해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논리도 제시됐다.

후지모토 다카하시 도쿄대 교수(경제학)는 29일 은행연합회회관에서
한국산업조직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구조조정과 한국자동차
산업" 세미나에 참석, "글로벌 인수합병 시나리오는 세계 자동차 생산이
5천만대라는 바탕 위에 적어도 4백만대씩 생산하는 10개 이내의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며 "세계 자동차업계는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느슨한 형태의 제휴 네트워크가 주를 이루는 형태로 발전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M-사브, 포드-재규어, BMW-로버,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볼보와
같은 몇몇 자동차메이커간의 합병과 자본제휴는 단순한 대량생산업체와
고급차업체간의 보완적 합병(complementary merger)이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 85년 40건에 불과했던 자동차업체간 단순 제휴는 90년 1백여건
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기술과점설도 있으나 소수의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이뤄도
그 기술은 제휴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기업들에게 전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과 리더십이라는 혜택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후지모토 교수는 "한국 업체들도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할 수
있으나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없는 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제휴의 주된 목적은 경영의 "질적 측면이지 양적 측면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손용엽 전남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최소효율 규모는 선진국보다 작은 2백만대 수준이지만 국내 수요가 최소효율
규모를 만족시킬만큼 4백만대 이상으로 커질 수 없다"며 "생산규모가 최소
효율규모에 비해 작은 회사는 외국과의 기업결합이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정부가 더 이상 가격규제에 나설 필요 없이 공정경쟁을 통해
시장원리에 의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 체제도 시장지배적
사업및 사업자를 선정하는 사전적 규제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사후에
시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완전 해제되도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좋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지만 원화 환율이 1백엔당
9백원 수준까지 하락하면 대형승용차의 경우 가격차이가 20~30%로 줄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국산 승용차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라인을 조정하고 합리화시켜 생산성과 가동율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