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들이 소속된
당의 정책과 수뇌부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당이 특검제 도입, 정치개혁협상등을 둘러싸고 지루한 정쟁만 계속할 뿐
제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의 경우는 정책의 혼선이 빚어지고 여론을 제대로 여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여야 대치 국면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민회의 ]

국민회의 내에서 당의 무기력과 무원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뚜렷한 원칙없이 각종
당론을 결정하고 민의를 전달하는 본연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회의 초선의원 모임인 "21세기 푸른정치모임"은 28일 개혁주체로서
당이 능동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신기남(간사) 정동영 김민석등 19명의 초선의원 이름으로 발표된 성명서는
"각종 악재와 개혁 미진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됐음에도 당이 주도적 역활을
못한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며 "당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 당 지도부를 당혹케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도 당 역할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봉호 국회부의장은 "한나라당이 유감표명을 할 경우 이신범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제소를 철회할 수 있다"는 손세일 원내총무의 발언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 부의장은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약해졌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손
총무를 몰아 세웠다.

이어 장석화 당무위원도 <>국민연금 등에 대한 여론을 당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모호한 기준으로 특검제 법안을 만들었으며 <>정치개혁
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당 지도부는 예상치 않은 비판에 당혹해하며 서둘러 이날 회의를 마쳤다.

이같은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은 "모든 정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당과 협의해 당이 발표할 것이며 공공요금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며 당이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의 정치적 경험과 정부의 전문성을 상호 보완하고 당의 체질을
개선하는 등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이런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아 내부 불만은 지속될 전망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나라당 ]

이회창 총재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강력한 야당"을 주장하는 한나라당내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의 강경기류에 끌려다니고 있다.

수도권 초.재선 의원 10여명은 28일 오찬모임을 갖고 특검제와 국정조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국회 의사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당측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말 대정부 투쟁을 자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키로 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또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는등 방향을 못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밀레니엄 리더십"을 주장하며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이 총재의 지도력마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 모임에서 특검제나 국정조사에 대한 결론없이 의사
일정을 합의해준데 대해 당 지도부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이신범 의원등은 30일까지 정부.여당에서 뚜렷한 해답을 내지 않으면 의사
일정을 중단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이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 의원은 "YS가 잘못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대립하는듯이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달걀 테러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등 정부
여당을 공격하면 자연스레 YS와 화해.협력관계가 마련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이날 모임에는 이신범 이재오 김문수 정형근 의원등 그동안 강경투쟁을
주장하던 의원들과 권기술 이규택 박원홍 남경필 신영국 안상수(과천.의왕)
의원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이 강경투쟁을 주장하자 당 지도부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등을 통해 7월 2일까지 정부.여당이 특검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경우 의사일정을 재조정키로 결론을 내리고 총무회담등을 통해
이를 정부.여당측에 요구키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강경파들이 득세하는게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조심스런 입장들도 개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