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시티은행간 제휴협상은 한국시장을 놓고 외국초대형 금융기관간
에 쟁탈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협상이 진행중이란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이번 제휴협상은 또 금융권이 부실 금융기관 정리차원의 짝짓기에 이어
살아남은 금융기관이 국내외 금융기관과 제휴하거나 합병하는 2단계 구조조정
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두 은행간 제휴가 성사되면 국내시중은행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다.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낳을 도화선이 될 수 있다.

<> 제휴의 득실 =하나은행과 시티은행의 전략적 제휴는 성사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조합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로 필요한 상대로 인식하고 있어 "궁합"이 맞는 편이다.

시티은행은 HSBC(홍콩상하이은행)같은 경쟁자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더이상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이나 국내시중은행 점포 50~60개를 사들여 영업망
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흘러나온 적도 있다.

하나은행은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외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IFC가 세계은행그룹 투자기관이기 때문에 선진기법 도입측면에선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느낀 하나은행은 중장기경영계획의 하나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왔다.

이런 면에서 시티은행은 하나은행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국내 영업을 통해 한국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
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시티은행은 모두 고액예금자를 상대해 왔다.

그러기에 상대방 점포나 노하우가 자신들의 영업에 도움이 된다.

신용카드사업에 진출하려던 시티은행의 영업전략과 신규사업을 해보려는
하나은행의 계획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 걸림돌은 없나 =최대 난관은 경영권문제.

시티은행은 20%이상의 지분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공동경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하나측은 양보하기 어려운 요구조건이라며 버티고있다.

따라서 C은행 등 다른 해외금융기관이 더 좋은 제안을 제시할 경우 시티은행
과의 협상은 깨질 수 있다.

시티은행도 내부 의견조율과정이 제대로 안될 경우 하나은행과의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

관계자는 "시티은행과 합병하는 트래블러스그룹이 소비자금융에 강해
최근들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부투자수익률 등 투자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적격"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제휴협상도 최종성사까지 보람은행과의 합병처럼 우여곡절을
겪을 전망이다.

김승유 행장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3%대인데다
국내증시에서 유상증자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제휴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파장 =두 은행간 전략적 제휴가 성사될 경우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외국금융기관과의 짝짓기, 이른바 "국제결혼"이 유행처럼 번질 듯하다.

HSBC는 서울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중이다.

뉴브리지캐피털도 제일은행 인수를 위해 뛰고 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가 국민은행과 손을 잡았다.

주택은행도 제휴선을 찾고 있다.

이런 국제짝짓기는 국내금융시장을 외국금융기관의 각축장으로 변모시킬
전망이다.

또 금융권은 작년에 이어 다시 합병급류에 휘말릴 수 있다.

강자는 더 강한 자에 대항하기 위해, 약자는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생존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예금원금보장제가 2001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에 우량금융기관 대열에
끼지 못하는 곳은 합병을 통해 살아남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구조조정은 바로 살아남은 금융기관이 선진금융기관과 제휴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것이다.

이는 부실금융 정리차원에서 지난 1년간 진행된 자산부채인수(P&A) 합병
등 1단계 구조조정과 차원을 달리한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