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인주택 성공사례 ]


서울 홍제동에 위치한 스위스 그랜드호텔 맞은 편엔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주택이 있다.

먼 발치에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아름답고 도심에 자리해 더욱
색다른 느낌을 준다.

외곽부분을 아치형으로 꾸미고 건물 일부만 3층으로 올린 외관은 물론 내부
곳곳에도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집을 한번 둘러 보면 건축업자가 팔기 위해
지은 집하곤 다르다는 점을 알수 있다.

뉴질랜드의 전원주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집은 회사원인 남기옥(35)씨
가 20년된 구옥을 헐고 건립한 것이다.

짓자 마자 홍제동 일대에선 명물로 불릴만큼 보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집만 잘 지은게 아니다.

사연을 들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이 있다.

바로 동호인주택의 성공사례로 꼽을만 하다는 점이다.

남씨는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와 이 땅을 공동개발,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내집을 마련했다.

친구가 소유하고 있던 땅을 내놓고 남씨는 건축비를 투자하는 형식으로
개발,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

도심내 자투리땅을 효율적으로 개발, 부가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남씨와 친구가 동호인주택을 짓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식구들을 설득하는 것에서부터 소유권이전에 이르기까지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게다가 입지여건도 개발하기에 좋지 않은 편이었다.

직삼각형 모양의 볼품없는 작은 땅인데다 일조권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이들은 관련 법규와 규제를 지키면서 누구라도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주택을 짓자는 마음 하나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갔다.

1층 구옥의 대지면적은 42평.

남씨와 친구는 이곳에 법정허용치인 건폐율 59%, 용적률 1백25%를 적용해
지하1층 지상3층의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두 사람은 공사기간 내내 일에 매달렸다.

설계에서부터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틈나는대로 책을 보고 잘 지은 현장을 답사하며 개성이 담긴 주택을 짓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일조권을 확보하기위해 건물 층수를 달리한
점이다.

서쪽 부분은 3층까지 짓고 2층은 둥근 타원형으로 꾸며 햇빛을 많이 받을수
있도록 지었다.

또 2층 계단을 내부에 설치하면 일조권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건물 밖으로 설계했다.

조그만 부분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공사비는 인테리어와 부대비용을 포함, 2억3천만원(평당 2백82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구옥의 땅값을 더하면 모두 3억7천만원(평당 4백60만원)이 투입된
셈이다.

인근 지역 신축빌라의 현재 시세가 평당 5백만원을 훨씬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10%이상 싸게 지은 것이다.

하지만 내부구조와 자재를 잘 살펴보면 실제 값어치는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공동등기한 이 주택의 지하1층(20평) 일부와 지상1층(25평)은
남씨부부와 두 자녀가 사용하고 있다.

지상2층(18평)과 지상3층(10평)은 친구 부부와 장모가 거주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입주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남씨와 친구 가족들은 함께 사는데 대만족이다.

당초 구옥을 팔려고 내놨으나 잘 안돼 한동안 속을 끓였던 친구는 물론
남씨가족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오손도손 함께 모여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 흡족해한다.

부동산 투자매력중의 하나는 개발을 통해 그 가치를 높이는데 있다.

김정렬 대한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남씨와 친구의 주택건축 사례는
단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에 드는 주택을 지을수 있는 동호인주택의
장점을 잘 살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유대형 기자 yoo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