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씨를 6일만에 석방한 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민간인을 3개월 이상 억류한 전례가 많았던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이양천 삼선 비너스호 항해사를 억류 9일만에 석방한
것을 제외하고는 보통 1~3개월간 억류한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이처럼 민씨를 신속히 석방한 것은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대는 오는 2005년까지 총 9억4천2백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하게 돼있다.

이미 1억5천만달러가 북한에 송금됐으며 앞으로 매달 8백만달러씩 송금하게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씨의 석방이 지연될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측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억류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여론의 부담
때문에 사업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집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의 단호한 조치도 북측의 태도변화를 유발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씨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관광선이고 달러고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베이징 차관급 협상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씨 석방문제가
지연될 경우 남북한 합작공단 설립 사업등 다른 대북 경협 사업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당초 민씨의 억류를 통해 <>서해교전으로 야기된 내부 불만을
무마하고 <>남한과 북한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며 <>햇볕정책을 흔들어
봄으로써 우리측의 속내를 떠보는 등의 다각적인 포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민씨를 억류하면서 북한은 경제협력 사업에서 남한측에 끌려
다닌다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등 일정부분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북한이 비난성명을 평양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해놓고 정작 석방할
때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것도 이같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주말을 넘기면서 억류가 장기화될 경우 경협사업이 지연되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북측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