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무책임한 정부의 말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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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가 내세운 개혁 모토중 하나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다.
정권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투명한 경영을 강조해왔다.
기업에 매서운 채찍을 휘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은 민간기업에만 적용되는 모양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제일은행 처리방식을 보면 그렇다.
정부는 제일은행에 대해 감자를 하기로 했다.
정부를 제외한 주주들의 지분은 안전 소각하되 매수청구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유상소각 방침을 밝혔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정부도 무안했던지 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정부가 실질적 유상증자의 효과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상소각과
"실질적 유상소각"은 큰 차이가 있다.
유상소각시 소액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현 주가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수청구권 행사는 전혀 다르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주주와 경영진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합의가 안되면 부실기업의 경우 회계법인에서 정한다.
산정기준은 자산가치와 앞으로의 수익성이다.
자본이 잠식된 제일은행의 자산이 많을리 없다.
결국 매수청구권 가격은 현 주가수준보다 턱없이 낮은 값에 결정될게
분명하다.
증권가에서는 1천원 미만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지난 24일 종가가 2천6백45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의 손해는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시쳇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래서 실질적 유상소각의 "효능"을 강조하는 정부는 눈가리고 아옹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금감위는 이미 지난 5월과 6월에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알릴만큼 알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위의 논리대로라면 그런데도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공시에는 "공적자금 투입이 추진되고 있으며 소각이 포함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무상소각인지 유상소각인지는 언급이 없었다.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의 보유지분을 병합키로 했다.
출자한 돈의 일부가 날아가지만 주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소액주주는 이같은 기회도 박탈당했다.
지분이 소각되면 주주로서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은 남북분단이라는 컨트리 리스크보다도 정책
리스크가 더 큰 것 같다"고 비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같다.
< 조주현 증권부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
정권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투명한 경영을 강조해왔다.
기업에 매서운 채찍을 휘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은 민간기업에만 적용되는 모양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제일은행 처리방식을 보면 그렇다.
정부는 제일은행에 대해 감자를 하기로 했다.
정부를 제외한 주주들의 지분은 안전 소각하되 매수청구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유상소각 방침을 밝혔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정부도 무안했던지 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정부가 실질적 유상증자의 효과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유상소각과
"실질적 유상소각"은 큰 차이가 있다.
유상소각시 소액주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현 주가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수청구권 행사는 전혀 다르다.
매수청구권 가격은 주주와 경영진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합의가 안되면 부실기업의 경우 회계법인에서 정한다.
산정기준은 자산가치와 앞으로의 수익성이다.
자본이 잠식된 제일은행의 자산이 많을리 없다.
결국 매수청구권 가격은 현 주가수준보다 턱없이 낮은 값에 결정될게
분명하다.
증권가에서는 1천원 미만설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
지난 24일 종가가 2천6백45원인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들의 손해는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시쳇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래서 실질적 유상소각의 "효능"을 강조하는 정부는 눈가리고 아옹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금감위는 이미 지난 5월과 6월에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알릴만큼 알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위의 논리대로라면 그런데도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문제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공시에는 "공적자금 투입이 추진되고 있으며 소각이 포함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무상소각인지 유상소각인지는 언급이 없었다.
책임은 정부에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정부의 보유지분을 병합키로 했다.
출자한 돈의 일부가 날아가지만 주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소액주주는 이같은 기회도 박탈당했다.
지분이 소각되면 주주로서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은 남북분단이라는 컨트리 리스크보다도 정책
리스크가 더 큰 것 같다"고 비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같다.
< 조주현 증권부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