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젊어지고 있다.

백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지닌 유럽의 패션명가들이 뉴밀레니엄을 맞기
전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현대적 이미지로 브랜드 얼굴을 바꿔나가고 있다.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를 젊고 참신한 인물로 교체하거나 로고를 미래적
디자인으로 변형시키는 등의 노력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숍 인테리어를 과감하게 뜯어 고친 브랜드도 적지 않다.

이에 맞춰 상품 디자인도 점점 젊어지고 있으며 광고 컨셉트 또한 젊은이들
의 감성에 호소하는 자극적 이미지로 변하고 있다.

이중 수석디자이너의 세대교체는 명품브랜드들이 리뉴얼을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노장 페레에서 30대 중반의 존 갈리아노에게 지휘봉을
넘겼고 지방시는 그보다 젊은 알렉산더 매퀸이라는 신진 디자이너에게
컬렉션을 맡겼다.

또 루이뷔통은 마크 제이콥스에게, 셀린느는 마이클 코어스, 랑방은
크리스티나 오티즈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이 모두가 불과 최근 몇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전통의 가치를 그 어느 것보다 중시했던 이들 브랜드의 움직임은 패션계
전체에 영향을 주며 넓게 퍼져 나갔다.

의상에서 출발한 디올이나 지방시가 스타급 디자이너를 앞세워 신선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반면 구두 핸드백 등 잡화로 시작한
브랜드는 주로 로고 리뉴얼과 숍인테리어의 교체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스토니가 대표적인 예다.

크레스트(Crest.두마리의 황금사자가 테스토니 문장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의
로고)는 97년 봄 여름 시즌까지 이 브랜드의 공식 로고로 활용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자상 대신 은색상의 "t" 로고를 쓰며 로고체 또한 모던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현재 크레스트는 일부 남성품목만 제외하고 거의 쓰이지 않는다.

테스토니는 로고체를 바꾸면서 숍의 인테리어도 젊은 취향으로 개조했다.

이전의 숍이 왕실전용 색상으로 알려진 버건디를 주조색으로 황금색 테를
두른 귀족적이고 웅장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흰색과 은색을 조화시켜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발리 또한 지난 1백50년간 지켜온 로고를 과감히 버리고 올해부터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예전의 로고가 가장자리가 곡선으로 처리되고 고풍스러웠다면 지금은 각지고
날씬해 보이며 보다 선명한 라인이다.

올 봄부터 선보인 젊어진 발리 광고도 화제다.

상품에만 초점을 맞췄던 이전의 광고와 달리 젊은 모델을 기용해 동적인
이미지를 살렸다.

발리는 특히 티저(Teaser.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기 전에 소비자가 조금씩
궁금증을 갖도록 하는 광고)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자극, 주목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리뉴얼 붐에 대해 "다가오는 새로운 천년에도 명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브랜드 정비작업"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찬 디올 코리아의 한상옥 사장은 "아무리 명품이라 해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그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며 특히 뉴
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이 시기가 브랜드의 터닝포인트로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소비를 주도할 젊은 고객들을 미리 포섭하려는 의도도
리뉴얼의 동기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명품들의 구매 연령층이 점차 젊어지고 20대들의 구매 파워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테스토니 코리아의 홍윤모 지사장은 "본사에서 주문해 온 신발 사이즈만
봐도 젊은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이탈리아 구두 사이즈 36(우리나라 사이즈로 2백35mm)과 36반이
수입물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37사이즈(245mm)로 중심이
옮겨갔다는게 그의 말이다.

또 남성화의 경우 이전에는 6반사이즈(255mm)가 가장 많이 팔리는 치수
였지만 이제는 7이나 7반(265mm)으로 자리를 물려줬다고 한다.

심지어 9반 사이즈까지 주문해 오기도 한다고 홍 사장은 말했다.

국내시장 상륙 3개월째를 맞는 크리스찬 디올도 고객의 70%가 20대다.

이 회사 한상옥 사장은 평균가격이 1백15만원대인 CD 핸드백이 신세대
부부들의 혼수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연예인 등의 20대 패션 리더들
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전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