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매각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97년 12월 해외에 매각키로 방침이 결정된 후 1년 6개월이 지났으나 타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하다.

당초 금년 5월말로 예정되어 있던 서울은행 매각협상은 시한이 1개월
연장되었으나 전망이 불투명하고 제일은행 매각을 둘러싼 협상은 두차례나
시한을 넘기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는 사이 두 은행의 부실은 계속 누적 돼 수조원의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주도의 매각협상은 이처럼 지연되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월에는 LG계열사인 LG LCD의 지분 50%가 네덜란드 전자회사인
필립스사에 16억달러에 매각됐다.

또 국민은행 지분 16.6%가 5억달러에 미국의 3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사에
매각됐으며 최근에는 대우그룹이 힐튼호텔을 2억달러를 받고 룩셈부르크의
GMH사에 매각키로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은행매각협상은 왜 지연되고 있을까.

두 은행의 자산평가를 둘러싼 한국정부와 인수자간 견해차가 주된 사유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부협상이 지닌 한계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경영주체인 해당기업이 직접 협상에 임하는 민간과는 달리 정부당국은 최대
주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어 아무래도 타결에 대한 절박감이 덜할 수가
있다.

특히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책임
추궁에 대비해 가격 등 눈에 보이는 매각조건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상거래 협상은 민간이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회복되고 달러가 넘치는 판에 두은행의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단견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한푼이라도 더 받고 매각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매각이 지연됨으로써 두 은행이 입게될 유무형의 손실이 엄청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전적인 면에서도 조속한 매각이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외국은행의 조기진출에 따른 금융산업 발전효과, 금융산업 개혁의지
과시에 따른 대외신인도 향상효과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조기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정부협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책임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목소리 보다는 조속한 협상타결로 득을
보게될 해당금융 기관의 목소리가 더 클 때 타결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 최경환 전문위원 경박 kgh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