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myth)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 미토스(mythos)다.

언어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동물의 새끼가 태어나 제일 먼저 내는 소리가
"마"인데 이 소리는 그리스어로 "마(my)"로 표기된다고 한다.

따라서 "미토스"라는 말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말(word)이랄 수 있고
구체적인 뜻은 "말해짐으로써 전달된 것"이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전파되면서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없는 그리스 로마
종교의 수많은 신의 이야기들을 깎아내려 "신화"라고 불렀다.

이런 편견때문에 신화를 허구나 거짓이야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고
결국 신화는 과학이나 역사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인류학자 종교학자들의 체계적 연구로 신화는 새로운
평가를 받는다.

신화는 진위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로 해석돼야하며, 내용이
사실로 실증되지 않는다 해서 허구나 거짓으로 규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삶의 실재임이 역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단군이야기에는 신화적인 것과 역사적 사실이 복합돼 있다.

그래서 역사학에서는 현재 단군신화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신화로
다루고 고아시아족과 관련된 신석기시대의 곰숭배신앙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국가성립직전 원시사회말기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단군신화의 역사성을 선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한문화 운동협의회란 민간단체가 민족정신회복을 내세우며 전국
초.중.고고에 단군상 건립운동을 벌이자 개신교계가 신화속 인물을 민족의
국조로 삼을 수 없다고 저지운동에 나섰다고 해서 떠들썩 하다.

이미 경기도 파주군의 몇몇 학교에 설치했던 단군상도 교육청이 공문을 보내
철거하도록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느 편의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복합돼 있는
단군신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들지않고 사실이냐 허구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 해 안쓰럽다.

괜스레 단군이 또한번 수난을 당하지 않도록 충돌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