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기업"으로 유명한 남양유업이 창사이후 35년만에 처음으로 본사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개조한다.

낡은 철재 책상을 모두 치우고 자리마다 컴퓨터를 올려놓는다.

1.1평에 불과한 1인당 사무공간도 1.8평으로 늘린다.

개조공사는 오는 28일 시작돼 7월말께 끝난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 대일빌딩에 세들어 있는 남양유업 본사는 유가공업계
내부에서도 허름하기로 일찍부터 소문나 있다.

사무실 집기가 "60년대 영화를 찍기에 어울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낡을대로
낡았다.

시골 면사무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녹슨 철재 책상과 캐비넷이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창사이래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사내유보율도 3천%에 달하는 우량기업이다.

지난해에는 국내기업으론 처음으로 "무차입경영"을 선언,관심을 끌었다.

현재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한 푼도 없다.

부채율은 0%.

지난해에는 4천9백20억원의 매출에 2백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목표는 매출 6천억원, 순이익 3백억원이다.

이번 사무실 개조작업은 지난해 부터 추진해온 경영정보시스템 도입 계획에
따른 것이다.

예산은 55억원에 달한다.

새로 들여놓는 컴퓨터는 3백여대.

창사이래 이처럼 대대적으로 사무집기를 바꾼 적은 없다는게 이 회사
성장경 홍보실장의 말이다.

사무실 개조는 창업 2세인 홍원식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홍사장은 차령이 15년이 넘는 낡은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사장의 철재 책상도 낡았다는 점에선 일반 직원들의 책상과 다를 바 없다.

그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기업인이다.

하지만 구두쇠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무려 3백20억원이나 들여 공주공장에 첨단 품질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위 사람들은 "그 돈이면 공장 2개를 더 짓는 편이 낫다"며 한사코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팔려면 품질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며 거액을 과감히 투자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도"아낄 것은 아끼되 쓸 것은 써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이같은 물샐틈 없는 철저한 내실경영이 재계에 소문난 덕인지 홍사장은
최근 능률협회가 주는 기업가치상 대상을 받았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