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절상 용인론 바람직한가 ]

최근들어 일부에서 원화 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물론 최근처럼 달러화가 넘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매번 외환수급대책을
발표하며 환율을 묶어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미 외환거래 자유화 정책이 실시된 상황에서 시장여건을 무시한채
환율을 유지하는 것은 자칫 외국투자가들에게 투기적 요인을 제공하여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흐트러뜨릴 소지도 있다.

따라서 최근처럼 달러화가 넘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원화 절상을
용인하자는 견해가 고개를 들 수 있다.

특히 원화가 절상될 때 기업들에게는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수출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책당국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구조상 원화 절상을 용인할 만한 여건이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단 지금의 달러화 공급과잉 상태는 금년 하반기까지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이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의문시된다.

우리처럼 수입유발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에서는 경기가 회복되면
무역흑자 기조가 급속히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이미 환율과 금리가 낮은 수준에 있고 주식시장의 한계수익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속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다.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 외환수급 대책을 원활하게 가져가는 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일부 주장처럼 현 시점에서 원화 절상을 용인하여 환율을 너무 낮게
떨어뜨려 놓을 경우 앞으로 외국자본이 이탈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환율급등과
외국자본 이탈과의 악순환 고리가 촉발될 우려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외환시장 여건하에서는 원화 절상을 용인할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우리 수출구조는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데다 일본 제품과의 경합관계가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율이 문제가 될 때마다 국내기업들은 일본제품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원/엔 환율이 최소한 1대 10 정도는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이 과거처럼 원/달러 환율에 엔/달러 환율을 재정하여
결정되는 때와 비슷하게 결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엔/달러 환율은 현재 미일간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1백20엔 내외선이 예상된다.

반면 지금의 외환수급 여건대로 원화 절상을 용인할 경우 대부분 전망기관들
은 1천1백원 내외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원/엔 환율은 수출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수준보다 크게
낮은 9백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우리 수출에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대일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떨어져야 한다.

현재처럼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고평가된 상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6월말 수입선 다변화 제도 폐지일정을 감안할 때 당초 예상보다 빨리 일본
제 품에 의해 국내시장이 잠식 당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부 주장대로 원화 절상을 용인하자는 견해는 이른 감이 있으며
아직까지 원화 절상을 용인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하루 빨리 원/엔 직거래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문제는 현재처럼 기업들의 외화거래가 달러화 일변도의 관행이 지속될 경우
원/ 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

과도기적인 단계에서는 정부의 개입논란이 있 을 수 있으나 일본과 유럽
과의 교역비중을 감안하여 국내기업들이 외화거래 비중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여건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원화 절상론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